(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조명균 통일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야당이 발의한 첫 장관 해임건의안이다. 헌법 63조는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 사유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국민이 공감하고 납득할 만한 중대한 과실이나 위법 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건의가 남용된다면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조 장관이 정책 집행 과정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법적 절차인 장관 해임건의라는 '칼'까지 뽑아들어야 하는 사태에 맞닥뜨렸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제1야당인 한국당의 의무라는 데 이견을 달 수 없다. 그러나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세계적 관심이 쏠려있는 때에 남북 관계 주무부처 장관의 해임 여부를 놓고 정쟁에 휘말리는 것은 소모적이다.
한국당은 해임건의안 제출 사유로 ▲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강행 ▲ 국회 예산 심의권한을 침해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비용 97억원 사용 ▲ 남북고위급 회담의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 불허 등을 들었다. 남북 철도·도로와 공동연락사무소 문제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당의 정치적 비판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탈북민 기자 취재 불허 문제의 경우 조 장관 책임으로 따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조 장관이 불가피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유감을 표시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중대한 해임 사유가 될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헌정 질서를 무력화한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적 의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끝없는 한국당의 몽니이고 생떼 부리기"라고 반박했다.
해임건의안 처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러한 여야 정치 공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해임건의안은 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 시간 안에 표결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조 장관 해임건의안은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87년 개헌 이후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경우는 단 3차례뿐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마무리 짓고 1일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 연설을 출발로 본격적인 예산 국회에 돌입한다. 또 오는 5일 청와대에서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열린다.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초당적 협력이 주 의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장관 해임건의안 충돌까지 겹쳐 생산적 협치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가 유실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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