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문이 지목한 용의자 무죄 확정…강릉 노파살해 '다시 원점'

입력 2018-11-01 10:57  

쪽지문이 지목한 용의자 무죄 확정…강릉 노파살해 '다시 원점'
검찰 "번복 가능성 희박 상고 포기"…진범과 그날의 진실은 깊은 미궁으로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 쪽지문'(부분 지문)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였던 13년 전 강릉 노파 살해사건이 끝내 장기 미제로 남게 됐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포장용 비닐 테이프 안쪽에 남아 있던 쪽지문과 일치한 유력 용의자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검찰도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춘천지방검찰청은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정모(51·남)씨 사건의 상고를 포기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29일 서울고검에서 외부위원 6명으로 구성된 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의 상고 여부를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위원 6명 전원이 '번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상고 포기 의견을 냈다"며 "1·2심 법원의 판단과 상고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상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지난 24일 항소심 판결 후 지난 31일 자정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할 상고장을 내지 않았다.
이로써 검찰의 상고 포기로 용의자로 몰렸던 정씨는 무죄가 확정됐고, 노파살해 사건의 범인은 또다시 오리무중이다.
이 사건은 13년 전인 2005년 5월 13일 정오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사는 장모(여·당시 69세)씨가 손과 발이 묶여 누군가에 의해 피살된 채 발견됐다.
혼자 사는 장씨가 숨져 있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해 신고한 사람은 이웃 주민이었다.
당시 신고 주민은 "현관문과 안방 문이 열린 채 TV 소리가 들리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장씨의 얼굴에는 포장용 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고,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묶인 상태였다.
또 장씨의 안방 장롱 서랍은 모두 열려 있었고, 장씨의 금반지 등 78만원 상당의 귀금속도 없어졌다.
부검 결과 장씨의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으로 복합적인 것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저항하는 A씨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초동 수사 실패로 이 사건은 십수년간 장기 미제로 남았다.
이후 경찰은 과학수사 기법인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통해 지난해 9월 정씨를 강릉 노파 살해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 이어 항소심은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사건 현장의 비닐 테이프 안쪽 속지에서 발견된 피고인의 쪽지문인데 이는 이 사건 범행과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정황증거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죄 인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무죄 선고 직후 정씨는 "죄가 없으니 무죄 판결이 난 거 아니겠나"라며 "나는 모르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비명에 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지 못해 너무 억울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로 장기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은 쪽지문 재분석과 용의자 검거까지 반전을 거듭했지만,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끝내 진범과 사건 당일의 진실은 다시 깊은 미궁에 빠져들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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