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둥근 공이 상징하듯 야구는 늘 의외성이 있기에 흥미롭다.
야구의 의외성을 보여주기에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이번 플레이오프만한 것도 드물다.
두 팀의 이번 플레이오프는 시리즈 내내 예상 밖의 스타들을 배출해내며 예측 불허의 싸움으로 전개됐다.
SK 김광현과 넥센 제이크 브리검이 격돌한 1차전에서 양 팀의 에이스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김광현은 6이닝 5실점으로 강판당했다. 브리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브리검은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져 일찍 마운드를 떠났다.
8-8까지 이어진 접전은 9회말 '가을 사나이' 박정권의 끝내기 중월 투런포가 터져 나오며 SK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타율 0.172에 그친 박정권이었기에 더욱 소름이 돋는 홈런이었다.
2차전은 SK 김강민이 영웅이었다.
김강민은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 SK 5-1 승리를 이끌고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올해 정규리그 넥센전 9경기에서 0.158에 그친 김강민은 '가을야구'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뤘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박정권과 김강민의 활약은 그나마 '관록'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3∼4차전이 빚어낸 스타들을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3차전에서는 넥센의 프로 2년차 내야수 김혜성이 그의 이름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첫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활약으로 3-2 승리를 이끌고 넥센에 반격의 1승을 선물했다.
4차전은 제리 샌즈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샌즈는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대폭발했다. 넥센이 이날 쳐낸 안타 5개 중 4개가 샌즈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샌즈의 연봉은 고작 9만 달러(약 1억원)다.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최저 연봉을 받는 샌즈의 장타쇼가 폭발하며 넥센은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그밖에도 의외의 스타들은 차고 넘친다.
넥센의 루키 안우진의 활약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안우진은 넥센의 3승 중 2승을 홀로 책임졌다.
휘문고 출신으로 올해 넥센에 1차 지명된 안우진은 고교 시절부터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데뷔 첫해인 올해 1군 20경기 성적은 2승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7.19로 신통치 않았다.
프로의 벽이 높게 보였지만, 가을야구에서 평균자책점 0.60을 찍으며 최고 유망주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SK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 역시 놀라운 반전을 일으켰다.
후반기 구위 저하로 '계륵' 취급을 받았던 산체스는 플레이오프 3경기 3⅓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불펜의 핵심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번 플레이오프가 시작하기 전만 해도 주목받은 선수들은 양 팀의 중심 타선인 한동민-최정-제이미 로맥, 서건창-박병호-김하성이었다.
하지만 40홈런 타자가 즐비한 양 팀의 중심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낸 선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동민과 로맥은 나란히 0.125로 부진하고, 박병호(0.071), 김하성(0.133)도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과연 하루 뒤에 열리는 최종 5차전에서 영웅은 누가 될까.
한동민과 박병호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명성을 되찾는 5차전이 될지 아니면 시리즈 내내 그랬던 것처럼 의외의 스타가 또다시 튀어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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