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노심초사에 함께 해달라" 초당적 협력 요청
"역사적 출발선 눈앞" 인식 속 남북관계·동북아지형 변화 청사진 제시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지속가능한 남북 번영 구상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면서 현재 진행 중인 남북 또는 북미 간 협상 국면에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국회가 꼭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노심초사에 마음을 함께 해달라"고 초당적 협력을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를 간곡하게 요청한 것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평화냐 위기로의 회귀냐의 중대 갈림길에 섰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안전판인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의 중재로 천신만고 끝에 이뤄지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힘을 실어달라는 간곡함이 묻어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조만간 이뤄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거론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한반도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완전히 제거했다"며 "서해 5도 주민들은 더 넓은 해역에서 안전하게 꽃게잡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파주·연천·철원·고성 등 접경지역은 위험지대에서 교류협력의 지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언급, 대표적인 남북 간 변화상을 예시했다.
나아가 "우리는 기차로 유라시아 대륙을 넘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통해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며 말했다.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남북 화해·협력은 물론이고 현실화할 수 있는 동북아지형 변화를 통해 완전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청사진인 셈이다.
남북 국회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등 국회의 구체적인 역할도 거명했다.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향한 요청이기도 했다. 국정 파트너일 수 밖에 없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남북 화해 기류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방점을 둔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 역시 대한민국 내부에만 한정된 메시지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의 남북 화해 기류를 확산하고 비핵화 협상 타결로 종지부를 찍는다면 남북한 국민 모두가 지속가능한 번영의 길로 나설 수 있다는 구상이 담겼다는 해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역시 '힘을 통한 평화'를 역설했다. 평화 기류가 확산한다고 해서 안보를 등한시하지 않고 국방력을 튼튼히 해 평화를 견인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겠다. 이를 위해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했다"며 "한국형 3축 체계 등 핵심전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방 연구개발예산을 늘려 자주국방 능력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도 여건이 되는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더딘 남북협력 사업에 불만인 북한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가미된 것으로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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