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혁신] 신생기업 성장·모험자본 육성에 촉매 되나

입력 2018-11-01 16:47  

[자본시장혁신] 신생기업 성장·모험자본 육성에 촉매 되나
전문가들 "취지에 공감, 실효성은 지켜봐야"…닷컴버블 재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유현민 전명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1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는 벤처ㆍ중소기업이 창업 초기부터 충분한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금을 융통할 때 주로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창업 초기기업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직접 금융시장(자본시장)의 자금이 성장성을 갖춘 신생기업들로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자금 조달 체계를 다양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 중개자 역할을 할 증권사의 여러 영업 제약 요인도 해소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겠다는 이번 대책의 취지와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모험자본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고민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사모펀드 활성화와 금융투자회사 관련 규제 철폐 등 방향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돼온 사항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 발표 내용은 즉각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효과로 나타나려면 3∼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정책과제에 따른 조치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방향성은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의 반응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책임자는 "구체적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건전성 관련 규제 등 증권사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제약요인을 해소한다는 내용은 환영할만하다"며 "또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 시 질적 심사 면제 범위 확대와 발행가액 산정 자유화는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반겼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과 혁신기업의 성장은 물론 투자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정부 의도대로 투자자들이 신생기업 투자를 늘릴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도 실장은 "정부에서 어떤 조치가 나왔을 때 국내 증권·자본업계 참가자들이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모 발행 범위를 확대하고 공개적 자금모집을 허용하면 접근성은 좋아지겠지만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정근 회장도 "혁신과제의 요지는 업력과 실적이 없는 창업 초반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아무리 전문적인 투자자라도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커 얼마나 투자가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가 잘 이뤄지는 것은 창업기업의 90%가 실패해도 성공한 10% 기업을 인수·합병(M&A)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내부거래 관련 규제 등으로 M&A가 활성화하지 못하는데 신생기업 투자를 늘리려면 이런 부문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며 "자격과 실력이 없는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그 부담은 결국 투자자가 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코스닥 출범 초창기에도 이런 식으로 규제 문턱을 낮춰 자격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대거 등록시켰는데 이는 결국 '닷컴주'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며 "그동안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이 나왔지만 결국 정답은 시장 문턱을 낮추는 것보다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본시장 성숙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교과서적 방법 대신 해답집을 펼쳐보고 커닝을 하는 격"이라며 "(규제 완화보다는) 분식회계를 단속하고 시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