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제보는 '수백명'이었지만…"보상 대상 규모, 아직 짐작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1일 공개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안의 보상기준 핵심은 개인에게 돌아갈 보상액수를 낮춰서라도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이날 삼성전자[005930]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 '반올림'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발송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고 그만큼 큰 관심이 쏠렸던 문제는 역시 보상이다.
중재안은 보상의 기조에 대해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자를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보상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즉 근무와 발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인과성이 의심되는 수준까지 피해자의 범위를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런 기조 아래 중재안은 1984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된 질병을 얻은 전원을 피해 보상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오는 2028년 10월 31일로 정하되 그 이후는 10년 뒤에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보상 대상으로 인정할 질병 종류로 ▲ 백혈병·다발성 골수증·뇌종양 등 '일반암' ▲ 눈 및 부속기의 악성 신생물 등 '희귀암' ▲ 다발성 경화증·파킨슨병 등 '희귀질환' ▲ 습관적 유산 등 '생식질환' ▲ 선천기형 등 '자녀질환' 등을 포함했다.
보상액을 살펴보면 암의 경우 백혈병은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비호킨림프종·뇌종양·다발성골수종은 1억3천5백만원까지 보상을 받아 보상액이 가장 높았다.
희귀질환과 자녀 질환의 경우 삼성전자가 최초 진단비 500만원을 지급하고, 완치 시까지 매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해야 한다.
생식 질환은 유산의 경우 1회당 100만원, 사산은 1회당 300만원을 최대 3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지원 보상은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제3의 기관에 위탁하도록 했으며 전문가·변호사·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원보상위원회가 감독을 맡는다.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기준은 마련됐지만,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아직 구체적인 보상 대상 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퇴직자들의 질병 유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산하기 어렵다"며 "일단 신청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 역시 "저희에게 제보가 들어왔던 분들은 수백명 규모"라면서 "그 규모를 넘어설지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됐던 건 애초 양측 견해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반올림의 경우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로서는 특정 기준 없이 모든 케이스에 대해 보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조정위는 그동안 양측이 수용할 만한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반도체 관련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가 지원·보상했던 방안들을 '일정한 사회적 합의'로 보고 보상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사과는 대표이사가 반올림 피해자와 가족을 초청해 기자회견과 같은 공개방식으로 사과문을 낭독하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의 주요 내용과 지원보상에 안내문을 게재해야 한다.
재발방지와 사회공헌을 위해 삼성전자는 500억원 규모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해야 한다. 이 기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조정위가 이번 중재안을 내놓기까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지난 7월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가 향후 조정위가 마련할 중재안을 양측이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조정위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최종 중재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조정위는 자문위원회 자문을 받아 중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표 시점을 지난달 말로 한 차례 연기했고, 그 시점보다 하루 늦어진 이날 발표했다.
yk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