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로맨틱 호른' 주제로 2년 만에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호르니스트 김홍박(36)은 '금관의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 음악계에서 단연 주목받는 인물이다.
2014년 런던심포니 객원 수석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연주 투어 참여를 계기로 음악계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으로 선임되며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동양인은 금관악기 분야에서 취약하다는 선입견을 깨트린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
올해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한국에 체류 중인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무대 위에서 자신만만하게 금빛 선율을 터트리던 그는 "호른은 쉽지 않은 악기"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호른 등 금관악기는 소위 '삑사리'와 '음 이탈'을 내기 쉬운 악기로 불린다. 바이올린 등 현악기 주자의 실수는 다른 소리에 쉽게 묻히지만, 음량이 크고 연주자 숫자 자체가 적은 금관 파트의 실수는 유독 도드라진다.
"음 이탈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오히려 더 실수가 나온다. 좋은 음색, 호흡에 집중해야 기술적 실수가 덜 나온다"는 게 그의 철학.
"그간 한국 금관 주자들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죠. 그러나 국내 음악계나 청중 분위기가 너무 실수나 삑사리에 예민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 금관 주자들도 똑같이 실수하지만 우리보다는 실수에 덜 민감한 것 같아요. 자꾸 안 틀리는 것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음악과 음색을 놓치게 돼요. 흠 없는 연주보다 소리 색깔과 전체적인 음악의 아름다움이 훨씬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테크닉보다는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호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 '본질'부터 되짚고 있다.
"한국 음대생들은 교양 수업부터 실기까지 정말 바쁘거든요. 유럽은 음악 전문학교 중심이다 보니 전공생들이 조금 더 여유롭게 음악을 생각하고 자연을 감상하고 다양한 음악회를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수업 시간에서만이라도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도와주고 싶어요. 말처럼 쉽진 않지만요.(웃음)"
그 역시 북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악기와 음악에 대해 넓고 깊게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530만명 정도에요. 아무래도 삶의 밀도가 낮고 여유롭죠. 저도 바다와 하늘, 나무 색깔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죠. 그걸 호른 음색으로 표현해보고 싶었고요."
이번 리사이틀 주제는 '로맨틱 호른'이다. 공연 제목대로 낭만 시대 호른 음악을 조명한다. 독일 작곡가 라이네케의 '야상곡'으로 시작해 슈만 '세 개의 로망스', 베를리오즈 '브르타뉴의 젊은 목동' 등이 연주된다.
피아니스트 나오코 엔도 등이 함께한다.
김홍박은 "낭만 시대의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호른 본연의 따뜻함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호른에 대해 "대중에 친숙한 악기는 아니지만 특유의 감싸 안는 소리,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리가 매력적인 악기"라고 소개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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