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빅데이터 첨단기법…과거 회피수단 효과적이지 않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원유제재 복원이 임박한 가운데 위성사진과 빅데이터 등 첨단화된 추적기법 때문에 이란이 제재 감시망을 벗어나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 이전에 이란에 대한 원유제재 당시 이란은 선박 국적 등록을 변경하거나 선박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는 방법으로 제재회피를 시도해왔지만 첨단 추적기법으로 이 같은 제재 회피수단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으며, 7월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 금지 등을 포함한 1단계 이란 제재를 복원한데 이어 곧 원유 제재도 재개한다. 지난해 경우 하루 220만 배럴에 달했던 이란의 원유수출을 사실상 '0'(제로) 수준으로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WSJ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원유제재 복원 이후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기반을 둔 해상교통 분석업체 윈드워드(Windward)나 미국의 유조선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TankerTrackers), 프랑스 파리의 에너지 연구기관 케이로스(Kayrros) 등과 같은 민간업체의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드워드는 선박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면 선박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는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윈드워드는 지난 9월 이란 항구를 떠난 뒤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끈 3척의 선박을 탐지했으며, 이들 선박은 화물을 다 비운 채 이란으로 귀항했다고 밝혔다.
윈드워드는 정부 기관이나 선주, 보험회사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패널도 고객 가운데 한 곳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윈드워드와 탱커트래커스는 337개의 미니 위성으로 전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를 매일 촬영할 수 있는 미 샌프란시스코의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활용한다.
케이로스는 광범위한 해상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유럽의 지구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위성사진을 활용, 선박의 행태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알고리즘은 선박이 예측을 벗어난 행태를 보일 때 '경고'를 발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적 전문가들은 선박이 얼마나 많은 화물을 실었는지, 또 적재했던 화물을 하역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선박의 그림자까지 단서로 활용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화물을 적재한 선박은 수면위로의 노출이 적고 선박 그림자도 짧지만, 화물을 하역한 선박은 수면위로 더 높이 드러나고 그림자가 더 길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 제재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관리인 리처드 네퓨는 "유조선을 '유령선'으로 바꾸려는 이란의 능력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코디네이터인 휴 그리피스는 "2012년(이란제재 당시)과 비교하면 해상에서의 선박 추적 및 분석 기법에서 큰 진전(step-change)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박간 이전 방식으로 석탄 등 금수품목을 밀거래해온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도 위성사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적발돼왔다.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변칙항로, 해상배회, 서류조작, 제3국 선박 환적(옮겨싣기),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미작동까지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왔다고 밝혔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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