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金수출 제재'·쿠바 기업 20여곳 제재…"종말 맞을것"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 백악관이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정권인 베네수엘라를 니카라과, 쿠바와 함께 '폭정 3인방'(troika of tyranny)이라고 칭하면서 미국인들과 금 거래를 못 하도록 하는 제재를 가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에서 연설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러한 제재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베네수엘라가 부정한 방법으로 수출하는 금제품과 관련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과 미국인들이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대외 강경 기조로 인해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등진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이애미에서 "폭정 3인방은 이 땅에서 영원히 견디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모든 억압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부도덕하고 기만적인 금 거래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위한 재정을 충당하는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 결과가 엉터리라고 지적하면서 금융제재를 했고, 지난달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부통령 등 핵심 권력층의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하는 제재를 하기도 했다.
'폭정 3인방' 발언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2년 1월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것이나 수전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2005년 1월 인준청문회 때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언급한 것을 연상시킨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냈던 볼턴은 부시의 그러한 발언이 나온 지 몇달 뒤 쿠바 등도 '악의 축'에 포함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함께 부당한 투옥, 고문, 살인 등의 억압적인 행동을 일삼는 절망적인 지도자들이라고 볼턴은 비난했다.
니카라과 정권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나 쿠바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볼턴은 말했다.
오르테가는 작년 말 4선에 성공했으나 최근 몇 달간 그의 퇴진과 조기 대통령선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사망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침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에는 쿠바군과 정보기관이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기업 20여곳에 대한 제재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 봉쇄를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27년 연속 채택됐다.
찬성은 189표였고, 반대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2표였다.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열기도 했으나, 공화당인 트럼프 정권은 쿠바에 강경한 기조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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