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추락 여객기, 사고 전날 비행서도 긴급회항 요청

입력 2018-11-02 10:38   수정 2018-11-02 11:00

인도네시아 추락 여객기, 사고 전날 비행서도 긴급회항 요청
"발리 이륙 5분 만에 회항 요청했다가 운항 강행"
당국, 블랙박스 2개 중 1개 회수…사고원인 규명 총력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189명을 태운 채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해상에 추락한 보잉 737 맥스(MAX) 8 여객기가 그 전날 마지막 비행에서도 긴급 회항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7시 30분(이하 현지시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해당 항공기는 거의 3시간 뒤인 오후 10시 21분이 돼서야 이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장은 이륙 후 약 5분 만에 관제당국에 긴급상황을 알리는 '팡-팡'(pan-pan) 신호를 발신했다.
긴급 구조요청 신호인 '메이데이'보다 한 단계 낮은 상황에서 사용되는 이 신호는 급박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탑승자의 생명이나 기체에 아직 즉각적인 위험이 초래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응우라라이 공항 착륙을 미룬 채 상공을 선회하며 양측의 통신 내용을 들어야 했던 다른 항공기 조종사는 "라이온에어기가 이륙 후 5분 만에 회항을 요청했다가 문제가 해소됐다면서 자카르타로 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해소됐다는 주장과 달리 이 여객기는 자카르타까지 1시간 30분가량을 비행하면서 급하강과 급상승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프라디타 친티아와티 요가는 "비행 내내 날카로운 소음이 울렸고 기체가 오르내리며 흔들렸다.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온에어는 이후 정비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오전 6시 20분께 자카르타에서 방카 블리퉁 제도로 출발한 해당 여객기는 이륙 13분 만에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사고기는 작년 처음 상업 운항이 이뤄진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최신 기종이고, 올해 8월 중순 라이온에어에 인도돼 새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현지에선 기체결함과 라이온에어의 안전불감증, 정비능력 부족이 결합해 참사를 초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날 오전 추락 해역에서 흔히 블랙박스로 불리는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FDR)를 회수해 분석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KNKT·영문 약자 NTSC) 당국자는 "FDR에서 자료를 완전히 추출해 분석하는데 최소 1∼2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색 당국은 FDR과 함께 사고기의 추락원인을 규명하는데 핵심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VR에서 발신되는 음파 신호는 추락 후 약 30일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고기 동체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30∼35m 깊이의 해저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 당국자는 "사고해역에서 회수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점을 볼 때 추락 당시의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탑승자 189명이 전원 숨진 것으로 보고 DNA 분석을 통해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제공]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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