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제대로 관리 안 돼 군락지 감소…원인 규명·대책 필요"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충주 비내섬의 자랑거리인 억새와 갈대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억새와 갈대 군락지가 크게 줄면서 천혜의 관광자원이 자칫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충주시에 따르면 앙성면 조천리에 있는 비내섬에는 99만2천㎡ 규모의 억새와 갈대 군락지가 있다. 가을이면 갈대와 억새가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2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걷고 싶은 '전국 녹색길 베스트 10'에 선정돼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서부전선'과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할 만큼 비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억새와 갈대가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서 과거 아름답던 모습을 잃었다.
마을주민, 환경단체, 시의원 등 20명은 지난달 26일 간담회를 열어 억새·갈대의 감소 원인을 파악하고 군락지의 옛 모습을 살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당시 환경단체 관계자는 고사한 억새나 갈대를 제때 베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억새나 갈대가 죽으면 베어줘야 새로 줄기가 자라나는 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내섬 인근에서 가축을 기르던 농민들이 사료로 쓰기 위해 갈대와 억새를 많이 베었다.
농민들이 죽은 억새나 갈대를 베어 갔고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 줄기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됐다.
가축 사육 농가가 줄면서 죽은 억새나 갈대가 그대로 방치됐고 이로 인해 군락지가 감소했다는 얘기다.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충주시지역본부 정기용 본부장은 "죽은 억새나 갈대를 제거해주면 자연스럽게 군락지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이곳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군사훈련도 갈대나 억새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았다.
우재규 앙성온천관광협의회 회장은 "이달에도 군사훈련이 2차례나 예정돼 있다"며 "훈련을 말릴 수는 없지만, 훈련 일정이나 장소를 주민들과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생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습지센터 김태성 연구관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으려면 비내섬의 식물분포나 생육환경을 정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갈대와 억새 군락지를 살릴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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