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비준 요청…이 장관 "사회적 대화 거쳐 추진 중"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가 최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라이터러 대사는 지난달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해 이 장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라이터러 대사는 ILO 핵심협약을 조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했고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점을 상기시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터러 대사의 요청은 EU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U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장(章)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점을 근거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준을 촉구했다.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무역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과 환경 등 분야에서 추구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한-EU FTA 발효 6주년을 맞아 유럽의회가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등 노동권 보장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터러 대사의 이번 요청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 7월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근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입장을 각각 제출했고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노·사 양측의 합의를 끌어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적극적이지만, 경영계는 해고자의 노조 가입 인정 등이 국내 현실과 안 맞는다며 반대한다.
정부가 비준을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은 4개로,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 등이다.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으나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 4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노동권 보장 수준이 여전히 낮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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