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엄마 찾아 모국 온 입양아…경찰 도움으로 극적 상봉

입력 2018-11-04 08:00   수정 2018-11-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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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엄마 찾아 모국 온 입양아…경찰 도움으로 극적 상봉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저를 낳아 준 엄마를 찾고 싶어요."
지난달 31일 독일 교포 남성 A씨가 파란 눈의 노부부와 함께 광주 남부경찰서 현관문을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A씨는 자신을 돕고 있던 모 사회복지법인 원장을 통해 딱한 사정을 경찰에 설명했다.
A씨는 1983년 3월 광주의 한 병원에서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한 채 태어났다.
당시 18살 미혼모였던 A씨의 어머니 B씨는 임신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졌다.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B씨는 아이를 지우려고 마음먹었다가 미혼모 지원 시설 관계자의 끈질긴 설득과 권유로 결국 해외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A씨는 어머니의 품에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채 먼 이국땅으로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3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양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친모에 대해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는 그 그리움 하나로 양부모님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안준석 경위 등 남부서 실종전담팀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아니었지만, 그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팀원들은 실종 사건을 해결하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A씨가 태어난 병원 원무과 자료와 입양 당시 작성됐던 입양카드, 경찰 정보망의 신원조회 등 단서가 될만한 모든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어렵사리 B씨가 사는 곳을 찾아 B씨와 접선하는 데 성공했지만 B씨는 냉정할 정도로 단호하게 만남을 거절했다.
현재 가정을 꾸리고 화목하게 살고 있는데 가족들이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해서였을까.
경찰이 다녀간 그 날 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B씨는 다음날 마음을 고쳐먹고 A씨를 만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귀국을 준비하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A씨를 본 순간, B씨는 앞으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며 오열을 터트렸다.
A씨는 그런 어머니의 두 손을 말없이 꼭 잡아주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안 경위는 "어린 나이에 먼 이국땅으로 떠나야 했던 A씨의 사연을 듣고 너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과정은 어려웠지만 두 사람이 상봉해 묵은 상처를 치유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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