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한계기업 비중 증가세…금리인상 때 도산 위험 커질 수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큰 부담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최근 생산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를 경우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이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통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잿빛 전망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미래에 드리운 그늘을 짙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금리 인상 가능성에 '벌벌'
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전문가들은 11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중소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줄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이 1명에서 2명으로 늘면서 이달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증가해 자금 여력이 고갈된 한계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을 보면 국내 제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7.1%에서 2015년 9.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의 '생존' 원인 중 하나로 저금리를 지목했다. 낮은 금리 덕분에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이들의 생산 능력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줄도산 사태로 번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처럼 중소 제조업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도 이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초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하지 않도록 만기 연장 등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개선 기미 없는 주력산업…혁신성장은 답보
대기업이 이끄는 주력산업의 위기 역시 중소기업의 '사활'과 직결되는 위험 요인이다.
실제로 올해 중소 제조업의 생산 부진은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차[005380]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6%나 급감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고, 기아차[000270]도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의 부진은 곧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협력·하청업체로 번졌다. 자동차 제조업은 전·후방 기업에 파급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소 제조업 생산이 부진한 데에는 자동차·조선업과 관련 있는 자동차부품업, 기타금속가공업, 플라스틱제조업 등에서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최근 심화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 투자 부진도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11월 업황전망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BHI)는 86.1로 지난달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중소 제조업은 생산과 내수, 수출, 영업이익, 자금 사정 등 대다수 전망치가 최근 1년간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당장 금리 압박에 대한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중소 제조업의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중소벤처 성장 등을 위해 혁신성장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규제 개혁이 더딘 탓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오·수소차 등 일부 '대기업 전공' 분야에서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과 수출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기를 이끌었던 전통 제조업이 중국의 부상 등으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만큼 서비스업과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여가·문화 등 분야에서 좋은 서비스가 없다 보니 우리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라며 "전통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늘려 고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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