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성공률 70% 이상…두려움 없이 자신 있는 플레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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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55) SK 와이번스 감독이 이방인 감독으론 최초로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 진출했다.
힐만 감독의 SK는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연장 10회 접전 끝에 11-1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5전 3승제)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와이번스를 2년째 지휘한 힐만 감독은 SK에 6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힐만 감독으로선 지옥과 천당,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경기였다.
9-4로 여유 있는 승리를 앞둔 9회초 3점을 헌납해 쫓겼고, 마무리 신재웅이 박병호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아 9-9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10회초에 1점을 더 줘 9-10으로 뒤집힌 연장 10회말 김강민의 동점포와 한동민의 굿바이 홈런에 힘입어 힐만 감독은 한국에 더 머물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를 이끈 KBO리그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는 2008∼2010년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그러나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에서 3년 내리 패해 더는 올라가지 못했다.
롯데 선수들의 세밀함은 가을 잔치에서 경쟁팀보다 부족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단기전 전술 운용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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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전 감독과 달리 힐만 감독은 '확실한 색깔'로 팀을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를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단기전의 경험이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두려움 없이 눈치 보지 않는, 자신 있는 플레이를 강조하는 건 로이스터 전 감독이나 힐만 감독이나 같았다.
다만 힐만 감독은 높은 수비 시프트(shift) 성공률로 SK의 전술을 완전히 바꿔 정규리그에서 승승장구했다.
시프트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자가 잘 치는 방향에 수비수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안타를 원천 봉쇄하는 전술이다.
타자들은 시프트를 펼치면 타석에서 큰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일각에선 시프트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형편이다.
SK 구단의 한 관계자는 "힐만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시절의 경험을 예로 들며 시프트를 펼치겠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일부 투수들은 당시 시프트에 거부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시프트로 타자의 안타를 막았을 때 느끼는 안도감보다 시프트 때문에 비어 있는 곳으로 안타가 나올 때 느낄 불안감이 커서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시프트의 성공 확률이 높다며 선수들을 설득했고,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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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관계자는 "현재 SK 야구를 상징하는 게 홈런과 시프트"라며 "홈런 증가는 전임 김용희 감독 시절부터 거포들을 키워왔기에 구단이 준비한 부문이라면, 시프트는 전적으로 힐만 감독이 팀에 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구단이 평가한 힐만 감독의 2년간 시프트 성공률은 7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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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을 보이며 다가가는 소통 능력은 힐만 감독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국·미국·일본프로야구에서 모두 감독을 해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답게 힐만 감독은 SK 구단 직원들이 감탄할 정도로 탁월한 팬 서비스 능력을 선보였다.
소아암 환우를 돕고자 머리카락을 길렀다가 이를 잘라 기부했고, 또 폭염에도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소아암 환우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 선물도 전달했다.
로커로 변신해 멋진 발차기도 뽐내는 등 힐만 감독은 성심껏 팬들과 우정을 나눴다.
선수들과 코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SK 관계자는 "1군 엔트리에서 선수를 뺄 때면 힐만 감독이 꼭 그 선수를 불러 엔트리 제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며 "이런 진심 어린 모습에 선수들이 힐만 감독을 잘 따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힐만 감독은 SK의 연장 계약 제안을 고사하고 포스트시즌 직후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했다. 고령에 투병 중인 부모를 옆에서 모시기 위해서다.
힐만 감독과 '아름다운 이별'을 목표로 플레이오프를 극적으로 통과한 SK가 이제 한국시리즈에서도 감동의 여정을 이어간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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