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정부주관 기념식에 위상·규모 달라져…3천명 이상 참석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선배들이 불의에 항거한 그 정신을 이어받겠습니다"
3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학생독립운동 89주년 기념식은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었다.
광주 학생독립운동이 시작된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배우들이 당시 교복을 차려입고 무대에 올랐다.
일제의 부당한 행태에 분노하고 있던 이들 사이에 광주제일고와 전남여고 재학생이 당차게 걸어 나왔다.
광주 학생독립운동을 주도했던 학교의 후배들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배 역할을 재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어울려 당시 낭독했던 격문을 힘차게 읽어내려갔다.
올해 처음 정부 행사로 격상된 이번 기념식은 학생들이 추모·기념 공연에 참여하며 딱딱했던 과거 기념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 아나운서처럼 매끄럽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직접 사회를 맡았고, 학생들로 이뤄진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지는 등 학생이 주도한 독립운동이라는 의의를 살렸다.
특히 학생들은 수천명의 청중들 앞에 자신 있게 나와 "스스로에게 당당한 행동"이라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정의가 아니다"며 학생독립운동을 평가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조대여고 1학년 이소정, 신정윤, 오화윤 학생은 "같은 광주지역 학생으로서 선배들이 부당함에 맞서 싸웠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선배들의 항일 정신과 정의로움을 이어받아 부당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위상이 높아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은 규모도 남달랐다.
고작 2~300명이 모여 동문회 수준으로 진행된 과거와 달리 이날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시민·학생 등 3천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총리가 기념사에서 "기념식을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격상했다"고 설명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시민 김현지(70)씨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던 학생독립운동이 이제야 제대로 (위상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독립운동의 취지와 정신이 바로 세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 행사에서 새롭게 발굴한 학생 독립운동 유공자 중 후손이 확인된 3명에게 서훈을 수여하고, 광주 남구에 사는 유공자 노동훈(92) 애국지사 집을 찾아가 명패를 달아드렸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독립을 외친 대선배님들의 의기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다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찾아 유공자로 모시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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