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 피하기 위한 '유령 유조선' 수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말부터 이란에서 출발한 모든 유조선이 항로와 행선지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한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박 추적업체인 탱커트래커스의 창업자 사미르 마다니는 AFP통신에 "이런 전면적인 '블랙-아웃'(AIS 전송 중단)은 처음 봤다. 매우 특이한 경우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AIS가 아닌 위성 사진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추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상업 위성의 사진 전송 주기가 과거 1주 이상에서 하루로 줄어 유조선 추정이 용이해졌다고 한다.
'유령 유조선'이라고 부르는 이런 편법적인 원유 운반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려고 동원했던 수법이다.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재하자 이런 방법으로 몰래 원유를 수출했다. 외부의 추적을 피한 뒤 공해 상에서 옮겨실어 원산지를 속이는 방식이다.
미국이 5일부터 다시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서 이런 '유령 유조선'이 느는 추세라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이란은 또 걸프 해역의 공해 상에 현재 1천100만 배럴 규모의 저유선 6척을 띄우고 소량으로 빠르게 현물 판매를 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피하려 한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이 방법 역시 과거 대이란 제재 기간 이란이 사용했던 원유 수출 '노하우'다.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가 재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5월8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대이란 제재의 단계적 복원(8월. 11월)을 선언했을 때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은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4월 하루 평균 250만 배럴에서 지난달 160만 배럴로 준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은 제재가 시작되는 11월 5일 이후에도 인도, 터키 등 8개국이 계속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예외를 승인할 예정이지만 일정 기간 안에 수입량을 대폭 감축하는 조건을 달 것으로 예상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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