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용 사건' 박정기 前한전 사장 45년 만에 "전역 무효"(종합)

입력 2018-11-05 10:41  

'윤필용 사건' 박정기 前한전 사장 45년 만에 "전역 무효"(종합)
법원 "보안사 조사관 협박으로 전역지원서 작성"
전역 무효 확정되면 국방부서 보상 길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1970년대 '윤필용 사건' 당시 불법 고문에 시달린 끝에 전역한 박정기(83)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45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박 전 사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보안사 소속 조사관들의 강요, 폭행, 협박으로 전역 지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박 전 사장은 1958년 소위로 임관, 이후 중령으로 진급해 제722포병대대장으로 근무하다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1973년 강제 전역당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설(說)로 번진 일이다.
박 전 사장은 당시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압송돼 조사관들로부터 윤 전 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조사받고, 구타와 협박 끝에 강제로 전역 지원서에 서명했다며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박 전 사장의 강제 전역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만22세의 나이에 소위로 임관해 전역 당시 만37세로 계급은 중령이었다"며 "원고가 자진해 전역을 지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빙고 분실에서 박 전 사장과 같은 조사를 받은 증인이 당시 보안사 대공 처장으로부터 "박 전 중령도 잡혀 왔다. 견디기 힘들 것이다. 군 생활 여기서 끝나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윤필용 사건으로 전역 처분을 받은 장교들이 가혹 행위로 전역 지원서를 작성했고, 그에 기초한 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이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은 전역 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 등을 맡아 활동했다.
전역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박 전 사장은 국방부로부터 정상적인 군 복무를 했을 경우에 대한 밀린 급여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국가의 가혹 행위 등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윤필용 사건'으로 강제 전역을 당한 황진기 전 육군 대령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고문과 폭행, 협박을 자행하는 등 고의로 불법행위를 했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는 1973년에 있었는데 소송은 올해 3월에야 제기했다"며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유효하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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