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 행사서 남북 각계인사 '상봉'…각종 협력방안 오고 가
北인사 "민족문제 승인받을 필요없어"·"제재 때문에 작은것도 못해" 지적도
(금강산=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가을을 맞은 금강산은 길었던 교류 단절을 딛고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남북 인사들의 감격으로 들썩였다.
금강산에서는 3∼4일 남측의 범국민적 통일운동 단체인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함께 개최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가 진행됐다.
남북 민간단체들이 금강산에서 대규모 공동행사를 연 것은 지난 2008년 6월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공동행사 이후 처음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일어나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남북관계 경색 속에 민간단체들의 교류도 끊어지면서 10년 동안 공동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강산에 모인 360여명의 남북 인사들은 10년 만의 재회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한목소리로 드러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남북 인사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북측 민화협 회장인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행사 첫날인 3일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진행된 연대모임 연설에서 "10년간 북남 사이의 래왕(왕래)의 발길이 끊기고 정적이 흐르던 여기 금강산이 지금은 민족 단합과 통일의 물결이 흐르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많은 도전과 장애가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우리 노력에 북남관계의 전도가 달려있다는 걸 깊이 자각하고 마음먹고 달라붙으면 더 좋은 내일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걸 남측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다방면의 교류가 10년간의 공백 없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면 남과 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그간의 교류 단절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참가 인사들의 전체 모임인 연대모임에 이어 연회장에서는 북측 민화협 산하에 있다는 '통일음악단'이 남측 대표단을 위한 환영공연을 펼쳤다.
북측 예술단은 남측 인사들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흥을 돋웠고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허물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같은 날 진행된 노동·농민·여성·청년·교육 등 주요 부문별 모임에서는 남북 교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남북의 각계인사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교육 분과에서는 남측 한국교총이 내년 남북교육자대표자회의 개최 및 정례화,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교육자 교류 등을 북측에 제의했다.
종교 분과에서는 남측에서 백두산 천지 천제단 복원을 위한 남북공동추진위 구성, 3·1운동 100주년 공동행사준비위원회 구성, 내년 단군릉 개건 25주년 기념 개천절 행사 등의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전달했다.
청년분과도 내년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5 계기 남북청년대회를 평양, 개성 또는 판문점에서 열자는 남측의 제안에 북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측 인사들은 쉽지만은 않은 현재의 남북관계 환경을 감안한 듯 민족자주 원칙을 강조하며 '뼈 있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양철식 북측 민화협 부위원장은 연대모임 연설에서 "민족 내부 문제를 논하면서 구태여 그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으며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며 "누구든 민족 내부 문제에 끼어들어 간섭하려 하거나 북남관계를 저들의 이해관계에 종속시켜 농락시키려는 것을 절대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분과 모임에서도 북측 관계자가 "제재 때문에 자그마한 문제도 못 하고 있다"며 "제재로 회유, 굴복시키려는 것은 오만이고 우리는 꿈쩍도 안 한다. 여기에 목소리를 합쳐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노동계 인사들의 만남에서는 남측 정부가 한상균 전 위원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 4명의 방북을 불허하면서 민주노총이 전원 불참하고 한국노총만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북측 직업총동맹 인사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북측은 남한 당국이 민주노총 인사들의 방북을 불허한 것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 정신과 거리가 먼 행태"라고 비판했고 모임이 30분 만에 종료됐다.
결국 이번 행사는 남북관계가 다시금 궤도에 오르는 상황에서 남북 공동의 대규모 민간 행사가 재개된 데 핵심적 의의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한 북측 관계자는 "2008년 때도 이 정도 규모의 행사는 아니었다"며 남북 민간인사들의 대규모 모임이 성사된 것 자체로도 성공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홍채 남측 민화협 사무차장은 "이번 행사는 북도 남도 만남에 의의를 가지고 있고, 여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는 의미가 있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사무차장은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 민간 대표단이 방북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라며 "북한도 민간교류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데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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