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 부각 노려…일방적 체제선전장 지적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무역전쟁 출구 모색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중국이 5일 시장개방 확대 의지를 천명하는 첫 수입박람회 행사를 개최했다.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시 정부가 주최하는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5일 오전 상하이 훙차오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개막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개막을 공식 선언했다.
'새 시대, 함께하는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10일까지 엿새간 이어진다.
박람회에는 130개 국가·지역에서 총 3천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도 200개 기업이 참가했다.
박람회장 면적은 축구장 42개 크기인 총 30만㎡에 달한다.
행사장은 자동차, 스마트·첨단 장비, 소비 가전, 의류 생활, 의료기계, 서비스 무역, 식품·농산물 등 주제별 전시관으로 나뉘고 별도로 나라별 기업들을 모은 국가관도 운영된다.
중국과 외국에서 초청된 바이어는 15만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각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구매량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콩 매체들은 이번 박람회 기간 거래액이 최대 300억달러(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시관은 6일 본격적으로 바이어들에게 문을 연다.
보아오 포럼(4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6월),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9월)에 이어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올해 중국의 4대 외교무대 중 하나다.
중국은 미국과 전면적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리는 이번 박람회를 전략적 외교무대로 활용하려고 한다.
중국은 보호무역 반대, 자유무역 확대라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행태를 비판하면서 제3국들을 적극적으로 우군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무역분쟁 해법 도출을 모색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은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자국이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의 수호자라는 점을 부각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의 공장'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계의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미국이 심각한 미중 무역수지 불균형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대외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미국 '달래기'에도 나선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제1회 수입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이는 중국이 수입을 늘리고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국 전문가인 케리 브라운은 로이터에 "이는 '봐라, 우리는 거대 적자를 만드는 글로벌 기생충이 아니다. 우리는 물건들을 사준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방권을 중심으로 '수입'을 주제로 한 세계적으로 전례없는 대규모 박람회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체제 선전장에 불과하다는 비판 섞인 평가도 적지 않다.
나아가 중국이 강조하는 시장개방 확대도 얼마만큼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박람회는 관변 행사로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중국이 아마도 이번 행사가 끝나고 나면 대규모 계약이 이뤄졌다고 홍보하겠지만 다른 기간에 이뤄질 거래를 시기만 당겨오는 '이월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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