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파수꾼' 문화재감정관실 50주년 기념식

입력 2018-11-05 09:54   수정 2018-11-05 10:33

'문화유산 파수꾼' 문화재감정관실 50주년 기념식
지난 10년간 1천420점 유출 불허…심포지엄서 반출 기준 논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청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문화재감정관실 설립 50주년을 맞아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념식과 심포지엄을 연다고 5일 밝혔다.
문화재감정관실은 1968년 김포공항과 부산 수영비행장에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는 공항과 항만 19곳에서 문화재감정위원 60여 명이 근무한다.
지금까지 감정관실은 물품 85만여 점을 검사했는데, 지난해는 2만2천여 점 중 76점을 국외반출 불허했다.
감정관실은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소장자로부터 조선시대 유물 '이선제 묘지'를 기증받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물 제1993호로 지정된 이선제 묘지(墓誌·망자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은 돌이나 도판)는 조선 전기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인 이선제(1390∼1453) 무덤에서 도굴됐다가 1998년 6월 일본으로 밀반출됐다.
문화재 거래상은 이에 앞서 1998년 5월에도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묘지를 일본으로 불법 유출하려 했으나, 문화재감정관실 검사에 걸려 실패했다.
당시 김해공항 양맹준 감정관은 이 유물이 제작 연도와 묘지 주인공이 분명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으나, 도난 신고 기록이 없어 압류나 수사 요청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양 감정관은 미술을 전공한 최춘욱 감정관에게 실측도를 그리게 했고, 묘지 앞쪽과 뒤쪽을 묘사한 그림을 담은 제보 조서를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과 각 공항, 항만 문화재감정관실에 보냈다.
이선제 묘지 환수를 추진하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4년 이 그림을 확인한 뒤 문중이 애타게 찾는 도난품이라고 소장자를 설득해 무상 기증을 받았다.



기념식에 이어 오후에는 '문화재감정관실의 현재와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국외반출 불가 문화재 현황과 감정기준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박도화 문화재감정위원은 "최근 10년간 반출 금지된 동산문화재는 총 1천420점인데, 전체 감정 수량의 0.7%"라며 "도자 공예품, 민속자료, 전적류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문화재 매매업자들은 침체한 고미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반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제작 시기가 50년이 넘은 유물의 국외반출 금지 규제를 개선하라고 요구한다"며 "내년 상반기에 동산문화재 규정 개선안을 마련해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현권 문화재감정위원은 한국과 외국의 문화재 국외반출 기준과 제도를 분석한 뒤 "제작 시점 50년이라는 기준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외반출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50년 혹은 100년 같은 단순한 기준보다는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고민 속에서 문화재별로 상이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가 '고미술품 유통 시장의 침체 원인과 문화재보호법 개선 방안 제안', 이재경 건국대 교수가 '문화재 감정에 대한 법적 고찰과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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