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수로, 간조 탓 일정 지연되기도…"좋은 결과 위해 노력"
(김포·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호준 조성흠 기자 = 한강과 임진강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남북 공동 수로조사가 5일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한강하구 일대의 공동 이용을 목표로 남북 군인과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함께 참여한 이번 조사는 간조 탓에 한때 일정이 지연됐으나 오후부터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일정은 오후 2시 58분께 남북 조사단이 약속된 해상 지점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오후 2시 30분께 해상에서 대기하던 남측 조사선 4척의 육안과 레이더에 북측 선박 1척이 포착됐고 2시 58분께 북측이 우리 측 조사선에 배를 붙였다. 애초 우리 측에서는 창후항과 김포에서 출항한 6척이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김포에서 출발한 2척은 이날 합류하지 못했다.
북측에서 2명이 우리 측 선박으로 건너오자 조타실 뒤 간이 탁자에서 우리 측 관계자들과 함께 지도를 펼친 채 회의가 시작됐다.
곧이어 북측에서 추가로 군인 2명이 우리 측 배로 넘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관계자와 북측 군인이 서로 자리를 양보하다가 우리 관계자가 자리에 앉는 장면도 포착됐다.
황갈색 방한복과 겨울용 검은 모자, 검은 군화 차림의 북한 군인들은 말을 하거나 남측을 쳐다보지 않았으나 경직된 표정은 아니었다.
10t 규모로 추정되는 북측 선박은 간이식 조타실에 상아색 페인트를 칠해 다소 조악한 모습이었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사선을 표시하는 깃발을 달고 있었으나 우리와는 색깔 배치가 달랐다.
우리 측 조사선은 상단 적색, 하단 백색의 조사선 표시 깃발을 달고 있었으며, 공동취재단이 탄 배만 태극기를 달고 있었다. 공동취재단은 남북이 만난 지 잠시 뒤인 오후 3시 20분께 출항지인 창후항으로 귀항했다.
앞서 이날 조사는 오전 10시 남북 조사단이 해상에서 만나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낯선 수로와 썰물로 인해 일정이 다소 늦어졌다.
실제로 강한 조류 탓에 조사선들이 지그재그로 항행했고 작은 배들이 앞서 수로를 찾아야 하는 등 첫 항해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우리 측 조사선 관계자는 "이번에 (여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측은 작은 배를 앞세워 수로를 찾았으나 약속 시각에 제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국제 조난주파수를 이용해 북측에 이 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이에 북측 역시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썰물 탓에 수로를 찾지 못했다고 답변하면서 일정이 오후로 미뤄졌다.
이날 시작된 공동조사에 대해 어민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어민은 "주간에만 조업하느라 피해가 막심하다"며 "남북관계가 잘 되면 24시간 야간 조업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어민들의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북측과의 공동 조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기대를 못 하고 있다"며 "조업이라도 편안하게 24시간 조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동수로조사단장인 윤창희 해병대 대령은 "정전 협정 이후 65년 동안 막혔던 수로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공동조사하는 만큼 좋은 결과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진행하는 기반조사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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