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 시민사회·종교·학자단체, 국방부 앞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시민사회단체와 종교인, 학자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징벌적 성격을 지닌 대체복무제 방안을 수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53개 단체는 5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국방부가 준비 중인 정부의 대체복무안은 복무 기간을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로 정하고,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로 단일화했으며 대체복무 심사기구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형태로 도입된다면 대체복무제도는 또 다른 징벌이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현역복무의 2배인 대체복무 기간은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에 못 미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긴 대체복무에 해당하는 등 사실상 병역거부자들에게 또 다른 처벌이 될 것이 뻔하다"며 "또한, 국방부는 어떤 논리나 근거도 없이 복무 기간을 설정하는 등 대체복무안 결정 과정에서도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국방부는 당장 징벌적 대체복무제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며 "명백하게 차별적이고 징벌적인 대체복무제를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2만여명의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낸 후에야 만드는 대체복무제가 징벌적으로 되어서는 안 됩니다' 등이 적힌 피켓에 구멍을 뚫고 두 손을 집어넣어 커다란 수갑을 찬 듯한 모습을 보였다.
회견장에는 또 실제 감옥에서 교도관 행정 보조 일을 했던 병역거부자가 나와 '수감 생활 18개월'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철창에 갇힌 듯한 모습으로 수감 시절을 재연했다. 바로 옆에는 '교정시설 대체복무 36개월'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또 다른 사람을 배치함으로써 정부의 대체복무안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병무청 등과 함께 시행 방안을 검토한 결과, 18개월 기준 현역병보다 2배 많은 36개월을 대체복무하는 쪽으로 대체복무 방안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2배인 36개월 대체복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공동 입장문을 내고 "더는 총을 들 수 없다는 신념 때문에 처벌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무척 감격스럽다"면서도 "우리는 정부가 합리적이고 인권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역사적으로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기독교인들이 집총을 거부했고, 일제 강점기에도 평화주의자들은 병역을 거부했다"고 소개하며 "대체복무제 논의는 징벌의 방식을 바꾸라는 게 아니고 평화를 위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체복무안은 병역거부자 또다른 처벌…논의 중단해야"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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