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환담장서 큰 웃음…문 대통령, 도열한 원내대표들에 "편하게 계시라"
김성태 '탈원전 정책' 강력 비판…문 대통령 메모하며 경청
김관영, 인사 건의안 봉투에 담아 전달…윤소하, 탄력근로제·규제혁신 반발
문 대통령 "첫 출발 좋다…2월에 만나는 것 합의문에 들어갔나" 묻기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상민 박경준 기자 = 협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유력한 수단이 될지 주목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5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대체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사전 환담장에 미리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거취 논란이 이는 장 실장의 등을 두드리고는 웃음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도착한 뒤에는 환담장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뒤이어 도착한 문 대통령은 원내대표들이 일렬로 선 모습을 보고 "편하게 계시라니까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는 여야정협의체 첫 회의인 만큼 실속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회의와 오찬을 분리해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야정협의체를 공식 출범하면서 1차 회의를 갖게 돼 기쁘고 반갑다"며 "좋은 합의가 발표되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홍 원내대표도 "여야정협의체는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면서 회의 결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견이 있으면 저희가 잘 중재하겠다"는 말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었고,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소수당 목소리를 경청해달라"고 했다.
첫 회동임을 고려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교체 문제나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소득주도성장 실패론 등 민감한 주제가 직접 테이블에 오르진 않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야권의 정부 비판은 계속됐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문 대통령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한 시간 가까이 각자의 대립되는 생각을 밝히며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요구, 협의체 합의문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는 문구 삽입을 주장했으나 문 대통령과 여당의 설득에 '정부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라는 문구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합의문 8항에 '한미동맹'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문 대통령도 이에 수긍했다고 민주당 강병원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전했다.
공기업 고용세습 문제의 국정조사 등을 요청하는 대목에서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일일이 메모, 경청하는 모습도 엿보였다고 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설과 관련해 향후 '경제 투톱' 임명에 대한 건의사항을 따로 적어와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중에 인사를 할 때 실질적 시장경제주의자가 임명됐다는 신호를 주면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말씀 못 드린 부분은 미리 전부 정리를 해서 봉투에 담아 대통령에게 따로 드렸다"고 귀띔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새만금 태양광 단지 조성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의 합의문도 장 원내대표가 강하게 주장한 결과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합의문 2, 3항에 각각 열거된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규제혁신 추진과 관련 문 대통령과 일대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2개 항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며 " 이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시정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아 우리 입장만 따로 남기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치열한 찬반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농담도 간간이 뒤섞이며 회의장 밖으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깜짝 제안한 '선거연령 18세 하향'과 관련, "역시 고단수시다. 그러면 권력 구조 개편도 합의문에 넣자"고 했다가 다른 원내대표들이 "개헌하자는 이야기냐"고 하자 "봐라, 1대 4지. 내가 이래서 안 오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아울러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제1야당을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비공개 회의와 오찬은 애초 오후 1시께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회의가 오래 이어져 오찬은 오후 2시께야 마무리됐다. 첫 여야정협의체 회동은 그렇게 158분간 이어졌다.
오찬에는 영조 시절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 처음 오른 음식으로 알려진 탕평채가 올랐다. 청와대는 치우침 없이 조화와 화합을 이루자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식으로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청와대 감나무에서 딴 감으로 만든 곶감이 제공됐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가 고맙다"면서 "첫 출발이 아주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것을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석 달 단위로 국정 현안을 매듭지어가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논의할 게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는 게 내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언제 만나는 거죠"라는 문 대통령 물음에 '2월'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문 대통령은 "그럼 2월에 만나는 것으로 합의문에 들어가 있습니까"라고 되물어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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