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관련한 국영기업, 보험, 항만, 해상 운송 광범위 제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5일 복원된 미국 정부의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의 초점은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천연가스 수출을 고사하는 데 맞춰졌다.
이란은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받았던 원유, 천연가스 수출을 재가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엔 EU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아 6년 전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전세계 실물 경제와 금융망을 사실상 지배하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미국 외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을 재가동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날 복원된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란 원유 수출의 숨통을 죄어 최대로 압박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중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란산 원유(가스 콘덴세이트 포함),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외국 회사는 미국과 금융·실물 거래가 금지되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제한을 받게 된다.
미국 정부는 또 이란의 원유 수출과 관련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NIOC의 스위스 내 자회사인 나프트이란인터트레이드(NICO), 국영유조선회사(NITC)를 모두 제재 대상으로 다시 지정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NICO는 이란 인근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정제된 휘발유 등 연료를 사들이는 대신 같은 금액의 이란산 원유를 이들 국가에 물물교환 형태로 수출하는 주 계약사다.
이란 석유 산업의 근간인 이들 국영기업을 제재함으로써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 석유화학 제품을 다른 나라가 수입해도 원칙적으로 제재 위반이다.
에너지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도록 이란중앙은행 또는 이란 내 상업은행과 금융 거래도 제재된다. 한국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한국과 이란의 교역 대금을 처리하려고 운용했던 원화결제계좌도 이 제재에 해당하지만 예외로 인정받아 겨우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들 이란 은행에 송금할 때 필요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금융 메시지 서비스 제공도 제재에 포함됐다.
미국은 에너지 분야의 이란 국영회사를 제재해 원유의 수출을 물리적으로 막았을 뿐 아니라 대금 결제의 통로도 차단한 셈이다.
유조선 운항에 필요한 보함 또는 재보험 인수도 제재 대상이다.
아울러 이란이 새로운 유조선, 무역에 필요한 선박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이란 국영선박회사와 선박건조·해양운송 관련 분야도 제재가 발효됐으며 유조선이 출항하는 항구의 운영사도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국제 제재 전문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이번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에너지, 금융, 조선, 해운, 항만 등 분야에 대한 제재를 미국이 부활한 것"이라며 "유럽 측이 핵합의를 지키겠다고는 했으나 실제로 이 분야의 유럽 기업이 앞다퉈 이란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EU의 정치적 입장과 별도로 민간 기업의 이란 철수로 대이란 제재가 최고조에 달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못지않은 압박을 이란이 견뎌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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