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한국 찾은 러시아 부투소프 연출…6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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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여기 있는 나는 당신의 아내라는 인형이죠. 아빠가 날 어린 인형으로 취급했던 것처럼요. 바꿔 말하면, 내 아이들 역시 내 인형이죠. 아이들과 놀면 재미있듯이 당신이 내게 와서 놀아주면 즐거웠던, 그게 우리들 결혼 생활이었어요."(연극 '인형의 집' 희곡 '노라' 대사 중)
예술의전당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오는 6~25일 극작가 헨릭 입센의 대표 희곡 '인형의 집'(1879)을 무대에 올린다.
순종적인 가정주부 '노라'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으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가정과 가족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발표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여성 해방과 성 평등 문제를 환기해온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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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맡은 러시아 대표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57)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여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희곡이 쓰인 이유는 해결책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형의 집' 발표 당시엔 이토록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혁명적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희곡이 발표된 지는 매우 오래전이지만 여성 문제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답은 없습니다."
부투소프는 34세에 러시아 공연계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했다. 지난 9월부터 러시아 유명 극장 바흐탄고프극장의 수석 연출가도 맡고 있다.
2003년 연극 '보이체크', 2008년 '갈매기' 공연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10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독특한 무대 미학과 고전을 독창적으로 재창조하는 연출로 명성이 높다.
이날 공개된 전막 시연 공연에서도 무채색 무대와 독창적인 오브제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만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설명하고 싶지 않다"며 "왜 천장이 움직이고, 왜 물이 이용됐는지 관객들이 직접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작년 11월 직접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한국 배우들이 극 중 인물들을 연기한다.
노라 역에 배우 정운선, 린데 부인 역에 우정원, 헬메르 역에 이기돈 등이 캐스팅됐다.
정운선은 "이 작품이 단순히 여성 문제와만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취지의 마지막 대사가 있는데 이것은 남녀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대사"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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