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전망서 0.2%p↑ "올해 취업자 증가 7만명"…4분기 취업자 감소 예고
"임금·근로시간 정책의 단기적인 부작용도 반영…노동 경직성 완화해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주요 산업의 성장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고용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했다.
내수 경기는 둔해지고 노동비용 상승의 충격까지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고용 상황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올해·내년 실업률 3.9%…2001년 4.0% 기록 후 최고
KDI는 7일 공개한 보고서 'KDI 경제전망'에서 실업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3.9%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5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와 내년 실업률이 모두 3.7%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고용 지표 악화가 이어지자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KDI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실업률은 2001년에 4.0%를 기록한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되고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취업자 증가 폭을 봐도 고용 상황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KDI는 전년과 비교한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 7만명, 내년에 10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5월 보고서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와 내년에 20만명대 중반과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애초 예상한 수준의 절반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올해 1∼9월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약 10만명 증가했다.
KDI의 전망대로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이 7만명이 되려면 남은 3개월간 전년 동월보다 취업자가 월평균 약 2만1천명씩 줄어야 한다.
작년에는 취업자가 전년보다 31만6천명 늘었다.
실업률과 취업자 증가 폭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내년에도 어려운 고용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 주요산업 부진에 노동비용 상승…"임금·근로시간 정책 부작용도"
어두운 고용 전망의 원인으로는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어려움과 경제정책 변화로 인한 영향 등이 꼽혔다.
제조업 고용 부진, 건설경기 하강, 미·중 무역분쟁 등 구조적·경기적·대외적 요인과 노동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용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특히 내수가 둔화하고 대외 수요의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지는 것이 실업률을 올리는 원인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성장세 약화는 우리 경제에서 고용 부진을 초래한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2016년에 2만1천명, 2017년에 1만8천명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했다.
올해 제조업 취업자는 1∼9월에 작년 동기보다 월평균 약 4만6천명 줄어드는 등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10만9천명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 상황도 좋지 않다.
KDI는 보고서에서 "특히 서비스업 고용 부진의 경우, 작년에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임금 및 근로시간 관련 정책들의 단기적인 부작용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용 상황이 당분간 계속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DI 측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과도한 (노동) 보호로 인해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충분히 기회를 잡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을 조정해 관련 제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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