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2∼0.3%p 둔화 느낌"…"한미 금리차 심각한 위험 아냐"
"정부 정책 성과는 내년이나 내후년쯤 나타날 것"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 실장은 5일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향하는 모습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KDI 판단으로는 내년 잠재성장률은 2.7∼2.8% 수준에서 형성돼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는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전망했다.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보다 성장률 전망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요 부족 등으로 충분한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KDI의 이런 진단은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수출 호조, 소비의 완만한 증가세에 힘입어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감에서 "침체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 범위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물가 상승률도 한국은행 목표치(2.0%) 수준을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산업활동동향 통계 등을 보면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은 0.2∼0.3%포인트 정도 둔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성장률 전망 하락폭(0.1%포인트)보다 체감 경기는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률 전망은 감안할 수 있는 상·하방 요인을 고려해서 중간치를 제시한 것이지만 하방압력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에 따라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로 인한 외화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외화보유액 등 건전성을 고려하면 지금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는 심각한 위험요인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혁신성장 등 정부 정책 효과에 대해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는 시점은 내년이나 그 이듬해 정도는 돼야 확인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 올해 전망을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2019년에는 지난번 2.7%보다 낮은 2.6%로 전망했다. 숫자상으로 내년에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올해보다 더 낮아졌다는 점에서 0.2∼0.3% 정도 경기 둔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얼마만큼 영향 있을까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대외환경이 변하고 있다. 감안할 수 있는 상·하방 요인 고려해서 중간치를 제시한 것이다. 하방압력 요인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내년 투자 전망은.
▲ 올해 반도체 외에 나머지 투자 계획이 상반기 때 조사를 했던 것보다 상당히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전반적인 투자가 예상보다 더 낮아졌다. 내년 하반기에 숫자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제시했지만, 올해 하반기 위축됐던 투자가 내년에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진한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R&D(연구개발) 투자도 부진한데 이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유가 남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 기준금리는 금통위가 결정할 사안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낙관적이지 못한 환경이고 대외적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구조개혁, 산업경쟁력 강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정책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가급적으로 단기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 통화 완화적 기조를 말했는데 외국자본 유출 우려는 없나.
▲ 외화의 급격한 유출이 경제에 위협이라는 것에 우려를 같이하지만 외화보유액 등 건전성 감안하면 지금 이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는 심각한 위험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 KDI는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 취지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지속해서 성장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취지는 이해하고 공감한다. 정책의 근본적인 틀이 성장 정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이 소득 증가에 있어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인센티브가 생기면서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는 시점은 내년이나 그 이듬해 정도는 돼야 확인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패키지가 제시돼야 하는 국면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 고용 전망은.
▲ 노동시장 관련 지표는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이다. 최근 나타나는 다양한 정책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큰 상황인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7만명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수 있다. 4분기는 취업자 증가 폭이 0명 정도로 증가와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초 취업자 증가 폭이 커서 내년 1분기에도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잠재성장률 전망은.
▲ 잠재성장률은 매년 조금씩 바뀐다. 또 모형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숫자다. 그런 면에서 내년 성장률과 직접 비교하면서 그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말하기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KDI 판단으로는 2.7∼2.8% 수준에서 잠재성장률이 형성돼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내년 2.6% 전망은 잠재성장률을 하향하는, 그래서 아웃풋 갭이 열려있는 모습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인 2.0% 수준을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면서 하향위험이 커지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주에 발표가 된 산업 동향을 보면 정점을 지나서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가시화하는 상황 같다.
-- 내년 소비 전망은
▲ 상반기에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상회하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4∼5년 트렌드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높았던 적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내년에도 소비 증가세가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가 반응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가 등 자산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부의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내년 주택담보대출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도 소비 제약 요인이다.
-- 산업경쟁력 강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 근로조건 경직성은 고용 구조의 경직성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다. 이해관계가 상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에서는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기득권 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서 혁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나
▲ 일단 보도된 바에 따른 유화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많이 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전망에 하방 위험 정도로 남겼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