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대ㆍ중소기업 윈윈" vs 재계 "기업활동 더 어려워질 것"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은경 기자 =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익 공유제'를 도입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를 한층 수평적 관계로 조정하자는 취지에서다.
중소기업 혁신을 유인하고, 대·중소기업 간 윈-윈하는 상생 모델을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런 계약모델은 이미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선 제품개발 실패 위험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제품 매출 증가 후 협력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정착된 곳도 있다.
이호현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관은 6일 "선진국 등에선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활성화했지만, 우리는 그런 구조가 정착되지 않아 이익 공유 모델 제도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도입된 성과공유제는 납품단가 인하 등 수직적 하도급 구조의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디자인, 품질 혁신, 가치 창출 등을 끌어내기는 어렵고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적은 데다 원가 공개로 인해 추가 단가 인하 요구의 빌미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협력이익 공유제는 대기업 A사가 중소기업 B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협력이익을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고 해당 프로젝트로 인한 판매량 등 재무 성과를 나눠 갖는 것이다.
따라서 납품단가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고 산업구조를 수평적, 개방형 네트워크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상훈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협력이익 공유제는 성과공유제에 들어오기 어려운 유통, 서비스,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과 같은 신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모델"이라며 "기존 성과공유제를 보완해 협력기업들의 혁신 노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대기업의 제품 품질향상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공유 이익 범위는 성과공유제보다 늘어나고 납품단가 부분에서 회계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는 성과공유제와 비슷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두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협력이익 공유제는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 등 3가지로 추진된다.
협력사업형 사례로 영국 롤스로이스는 에어버스용 엔진을 개발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R&D 자금 조성을 위해 협력사의 투자비용에 비례해 납품단가 반영 이외에 30년간 판매수입을 배분하는 계약을 맺었다.
마진보상형 사례를 보면 인도 인피니트 컴퓨터 솔루션사는 후지쓰사와 위험수익 공유계약을 맺어 SW 개발가격의 60%만 보장받고 40%는 후지쓰사 판매수입과 연동해 보상을 받는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가맹점주와 목표 매출을 초과 달성하면 매장 수수료를 2∼5% 인하해주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인센티브형을 예로 들면 제조업체 C사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준 2·3차 협력사 1천290업체(3만8천490명)에 업체당 평균 3천876만원을 지원해준다.
이동준 중소기업연구원 상생협력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등 국내 제조산업이 위계적 구조로 돼 있지만, 융·복합이 이뤄지는 4차산업 분야에선 보다 수평적 구조로 유도할 수 있어 이런 이익 공유제를 기업 간 거래 형태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이번 방안이 활성화할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단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동참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과공유제보다 공유 이익 범위가 넓어 기업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다. 또 정부의 시장 자율 강조에도 방안 법제화가 이뤄지면 대기업 입장에선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 자체를 법제화하면 기업들에는 실질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협력업체 이익이 원가에 반영됐는데 재무적 이익까지 나누라고 하면 기업 활동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20.8%에 불과하다"며 "협력이익 공유제는 결국 일부 중소기업에 편익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최근 서울 소재 대학의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교수들이 협력이익 공유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76%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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