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하면 서비스 소비했다고 봐야…해지 시점까지 요금도 내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게 위약금 등 명목으로 단말기 지원금이나 이용료 할인액을 돌려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이동통신사가 과도한 위약금을 매겨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그렇다고 위약금 부과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부(정선재 부장판사)는 한국소비자연맹이 KT를 상대로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를 금지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인터넷·홈쇼핑·전화권유 등의 통로로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에게 법적으로 일정 기간 청약철회권이 보장됨에도 이동통신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소비자에게 위약금·손해배상 등을 청구해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말기 지원금이나 이용요금 할인은 계약자가 당연히 갖는 권리가 아니라 약정 기간을 준수한다는 조건의 반대급부로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또 "약정 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채 계약이 효력을 잃는다면 지원금과 할인액을 반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원금이나 할인액 등의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한다면 약정 기간을 정하지 않아 지원금이나 요금 할인을 받지 못한 계약자와의 형평성에 반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위약금과 별도로 관련법에 따라 7∼14일간 청약철회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청약철회권이 인정되는 기간 내에라도 해지된 시점까지의 요금은 고객이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휴대전화가 개통돼 소비자에게 회선이 부여되면 언제든 통화나 데이터 사용 등을 할 수 있어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서비스를 소비하게 됐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사가 전화나 팩스·우편 신청 등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신분증이나 통장 사본 등의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일정 기간 내에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다시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팩스나 우편으로 해지할 경우 객관적으로 의사 표시의 주체가 불분명하므로 신분증이나 통장 사본을 요구해 주체를 확인하고 요금 정산이나 증빙을 위해 금융계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4일 이내에 구비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시 정지한 서비스와 요금 부과를 재개하는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계약자 본인의 해지 의사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 부과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정상적으로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유지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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