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갑질'

입력 2018-11-06 18:30  

[연합시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갑질'

(서울=연합뉴스) 최근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성 '갑질' 사례들이 하루가 멀다고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충격적이고 황당하기 짝이 없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는 듯하다.

국내 웹하드 1위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횡포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남성이 70대 경비원에게 '개'라는 막말까지 해댄 사실이 알려졌다. 이 입주민은 차를 몰고 아파트에 들어가려다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경비실로 들어가 따지다가 아버지 같은 경비원에게 "경비면 경비답게 짖어야지 개XX야, 주인한테도 짖느냐"라며 막말을 쏟아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프라이빗쿼티(PE) 한국지사장은 자신의 운전 기사에게 욕설과 폭언, 모욕을 일삼은 음성기록이 공개돼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들에게 석궁과 일본도로 살아있는 닭을 죽이라고 시킨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갑질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해진 사례들이라 놀란 입을 다물기가 더욱 어렵다.

주목되는 점은 '미투 운동'처럼 갑질의 피해 당사자나 제3자들이 악성 횡포를 사회에 직접 고발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을 비롯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교촌치킨, 대웅제약, MP(미스터피자)그룹, 호식이두마리치킨 오너 등의 갑질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갑(甲)의 고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을(乙) 이나 병(丙)들의 저항과 고발 덕이었다. 미투 운동처럼 불의에 저항하는 이런 사회적 흐름은 고무적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오래된 사회병리로 꼽힌다. 이를 근절하려면 갑의 횡포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 등 법과 제도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고질이 법제 정비만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 갑질의 폐해를 인식하고 각 분야에서 갑질 근절 운동을 자발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갑질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기반하는 천민자본주의에서 비롯된다. 갑질을 일삼는 이들은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갑질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에도 어긋난다. 이런 점에서 경제 민주화도 갑질을 근절하는 방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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