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지역 안정 위한 정찰"…'터키 군사작전 차단' 포석인듯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시킬 것으로 기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 소탕작전을 벌이겠다고 위협한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이 특별 정찰에 나섰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쿠르드 민병대를 안보위협으로 여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롭 매닝 대령은 미군이 이달 2일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에서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과 정찰을 시작했다고 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으로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미군의 신규 정찰 활동은 지역의 안정을 위한 '보장 정찰'이라고 매닝 대변인은 표현했다.
매닝 대변인은 "정찰 일정이나 빈도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미군 정찰은 미국, 터키, SDF가 이 지역에서 안전과 안보를 유지할 수 있게 하려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미군의 SDF 점령지 정찰은 터키의 군사작전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관측됐다.
SDF 대변인 무스타파 발리는 이달 4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미군이 새로 시작한 정찰은 일상적인 게 아니라, 터키의 위협에 직결돼 시행하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유프라테스강 동쪽 쿠르드 점령지역을 상대로 한 대대적 군사작전 준비가 끝났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SDF 점령 도시 코바네와 탈아비아드가 지난달 28일과 31일 터키군의 포격을 당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SDF의 주축으로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서 싸웠지만 터키는 이 병력을 자국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본다.
터키는 2016년 8월 시리아 북서부에서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을 벌여 쿠르드 세력의 서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데 이어 올해 1월엔 '올리브 가지' 작전에 나서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에서 쿠르드 세력을 몰아냈다.
미군의 쿠르드 세력 점령지역 정찰 사실을 미국 정부가 확인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의회에서 취재진에 "미군과 SDF의 공동정찰로 인해 국경에서 극히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오는 11일) 파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과 SDF의 시리아 북동부 정찰을 중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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