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에 이어 KBS교향악단도 1만원짜리 티켓 판매
"클래식 저변 확대 도움" vs "고가 티켓 비난으로 이어지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시향에 이어 KBS교향악단도 1만원짜리 티켓을 내놓는 등 클래식계가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가격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고급 예술 장르로 인식되는 클래식 공연계에 이 같은 상징적 금액대의 티켓은 관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공연계 일각에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7일 공연계에 따르면 KBS교향악단은 내년 시즌부터 가장 낮은 등급 좌석(C석)을 1만원에 판매한다.
KBS교향악단이 1만원짜리 티켓을 판매하기는 2012년 재단법인 독립 이후 처음이다. 올해까지 KBS교향악단 C석 티켓 가격은 2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2005년 재단법인 출범 이후 C석 좌석 가격을 1만원으로 책정 중인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비롯한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의 정기 공연을 모두 1만원에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울시향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천여석) 좌석 기준으로 19%가량을 C석으로 설정하며, KBS교향악단의 경우 9%가량을 C석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클래식은 비싸다'는 편견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1만원 티켓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 관계자 역시 "영화 한 편 값 정도에 질 좋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좌석"이라며 "공연이 임박할수록 C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간 기획사들에서도 티켓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속속 나타난다.
최근 공연기획사 브라보컴은 오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불가리아 국립 방송교향악단 첫 내한공연 티켓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춰 재판매 중이다.
가장 높은 등급인 R석 기준 가격이 12만원에서 5만원으로 대폭 인하됐다. S석은 9만원에서 4만원으로, A석은 6만원에서 3만원으로 낮췄다.
브라보컴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티켓을 오픈했지만 판매가 쉽지 않았다"며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구조를 시도하게 됐는데, 가격을 낮춘 지난달 말 이후 예매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획사는 오는 12월 11~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위스 바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 티켓 역시 3만~5만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이달 1~11일 진행하는 '2018 서울국제음악제'는 해외 아티스트 및 오케스트라 공연을 현지와 같은 가격으로 소개하겠다는 취지의 '로컬 프라이스 티켓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작년 핀란드 라티 심포니의 최고 티켓 가격을 4만원대에 제공한 일을 시작으로 올해 개막 공연인 재팬 필하모닉 티켓도 최고 4만원대로 책정했다.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제작을 위해 초청료와 항공료, 숙박비 등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가장 비싼 좌석의 티켓 가격이 4~5만원에 그친다는 건 이례적이다.
오케스트라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형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 제작비는 5억~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등급 좌석 티켓값이 45만원으로 책정돼 화제를 모은 2013년 베를린 필의 이틀 공연 제작비는 대외비지만 공연계에서는 20억원 이상이 투입됐을 것으로 본다. 이는 예술의전당 전석을 45만원으로 팔았어야 충당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공연계 관계자들은 가격 낮추기 시도를 환영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작비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1만원짜리 티켓 등은 분명 관객들에게 장점이 있지만, 민간 기획사에서 이를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은 매진을 시켜도 후원 없이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돈 먹는 하마'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낮추는 논의가 고가 티켓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면 기획사들이 좋은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덧붙였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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