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 일대 공동주택 재건축 소걸음…공공시설은 대부분 보수 마쳐
"집 지을 돈 없는 사람 많아 언제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막막"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 들이닥친 규모 5.4 지진으로 이 일대 상당수 건물이 부서지고 금이 가는 큰 피해를 봤다.
대부분 건물은 수리나 보수를 마쳤지만, 일부 개인 건물과 시설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여전히 손을 대지 못해 지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8일 포항시에 따르면 11·15 강진에 이어 올해 2월 11일 규모 4.6 여진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845억7천500만원에 이른다.
전파·반파 주택은 956건, 소파 판정이 난 주택 피해는 무려 5만4천139건이다. 학교나 공공건물,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도 421건이다.
도로·다리 등 공공시설이나 기관·단체가 만들었거나 입주한 건물은 이미 보수를 마쳤거나 새로 짓고 있다.
지난해 지진이 났을 때 포항 한동대 느헤미야 홀 외벽에서 벽돌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와 방송으로 널리 퍼졌다.
학생들이 수업 중 혼비백산해 뛰어나왔고 건물 주변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도 여러 대 파손됐으며 외벽에 금이 갔다.
한동대는 한동안 해당 건물뿐 아니라 캠퍼스 안에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복구공사를 벌였다.
6일 찾아간 한동대 느헤미야 홀은 보수를 마쳐 말끔하게 단장됐고 학생과 교직원이 편안하게 지나다니고 있어 지진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학은 지난해 지진 이후 12월 초까지 휴업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재는 모두 정상화됐다.
포항시 북구청사는 지진으로 크게 흔들려 철거 판정을 받고 현재 철거 중이다. 구청 직원들은 인근 건물로 이전해 업무를 보고 있다.
폐교한 옛 중앙초등학교 터에 2022년까지 새 청사를 지어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철거하는 북구청 터 7천여㎡에 206억원을 들여 스마트 복합문화광장과 청년 창업지원을 위한 사무 공간, 시제품 제작공간, 청소년 진로상담 등 문화의 집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흥해초등학교는 교사 3개 동 가운데 지진으로 심하게 부서진 본관을 몇 달 전 모두 철거했다.
한동안 인근 초등학교에서 수업하던 학생들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포항역은 지진으로 지붕을 받치는 트러스 구조물 일부에 변형이 발생했다. 또 일부 파손된 역사 천장 마감재와 유리창, 수도관 수리를 마쳤다.
영일만항 부두도 지진으로 틈이 벌어지거나 구조물이 휘는 등 피해를 봤지만 보수를 끝냈다.
반면 주민이 사는 아파트나 주택은 여전히 손을 대지 못한 곳이 많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상당수 개인 주택이나 개인이 소유한 원룸·빌라는 보수를 마쳤다.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컸던 포항 북구 흥해읍과 양덕동, 장성동, 환여동 아파트와 주택도 대부분 수리를 끝내 겉으로 봤을 때는 지진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일부 원룸은 H빔으로 내진 보강공사를 했고 일부 아파트는 갈라진 틈을 메웠다.
그러나 손을 대지 못한 공동주택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북구 환여동에 있는 대동빌라 4개동(81가구)은 위험 판정을 받아 철거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이 빌라도 외벽이 무너진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포항 지진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혔다.
현재도 아파트 창문이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부서진 벽돌이 널브러져 있으며 가구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곳 주민은 초기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협의한 끝에 지난해 말까지 LH 국민임대주택이나 부영아파트 등으로 이주를 마쳤다.
그나마 지진 피해를 본 공동주택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31일 포항시, 부영그룹과 함께 재건축하기로 합의해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르다.
대동빌라를 제외한 두호동 천호한마음아파트와 흥해읍 대성아파트, 경림뉴소망타운, 대웅파크 재건축은 지지부진하다.
주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건축 논의만 거듭하고 있어 아파트가 부서진 상태에서 텅 비어 흉물로 변하고 있다.
전체 6개 동 가운데 3개 동이 위험 판정을 받아 폐쇄된 흥해읍 대성아파트는 이재민이 떠나면서 버리고 간 가구와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창이 부서지고 문이 열린 곳도 많았다.
특히 E동은 멀리서 봤을 때 확연하게 기울었고 가까이 가보면 부서진 기둥이 보여 위험한 상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인근 경림뉴소망타운 역시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흘렀고 나뒹구는 가구와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추운 날씨에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이곳에 살던 한 주민은 "집을 새로 지으려 해도 돈이 없는 사람이 많다"며 "언제 집을 지어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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