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시나리오대로 징용피해 지원재단…검찰, 설립과정 추적

입력 2018-11-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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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시나리오대로 징용피해 지원재단…검찰, 설립과정 추적
'재단이 피해배상' 법원행정처 구상 반년 뒤 재단 설립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익재단이 설립되는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4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법원행정처가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향후 설립될 재단을 통해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기업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 짓지 않은 채 청와대와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정부 또는 청와대와 재단 설립을 논의하거나 관련 법률적 조언을 해준 정황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징용소송의 최종결론을 미루던 사법부가 재판 이외의 경로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실제 시나리오대로 재단이 설립된 만큼 법원행정처가 관여했다면 사법행정권 남용이자 월권행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지원, 문화·학술사업 등을 하기 위해 2014년 6월 행정자치부 산하에 설립됐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경제협력자금 혜택을 받은 포스코가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고 현재까지 6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설립되기 반년 전인 2013년 1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장래 시나리오 축약(대외비)' 문건은 향후 제기된 징용피해자들의 소송을 재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한일 정부가 한미 행정협정(SOFA)과 같은 형태의 특별협정을 맺고 소송 상대방을 한정하자는 것이다.
배상액은 재단이 최종 변제하도록 했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 "포스코가 100억원 출연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며 "일본 쪽에도 명분을 준다면 한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적었다.
검찰은 일본 기업이 부담할 배상금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다가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징용소송 이슈 때문에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당시 청와대가 재판 지연을 요구했고, 이를 법원행정처가 거들어 줬던 점과 비슷한 맥락에서 징용소송 사안 해결에 재단을 끌어들이는 방안까지도 법원행정처가 검토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고법 판결이 확정돼 2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추가 소송을 낼 경우 일본 기업들이 최대 20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5월 대법 판결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소멸 시효가 완성돼 추가 소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재단 설립에 소멸 시효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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