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920억원 쓴 민주당 J.B.프리츠커, 현역 주지사 브루스 라우너에 압승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민주당의 오랜 거물급 후원자 J.B.프리츠커(53)가 '미국 선거사상 최다 개인돈 투입' 기록을 세우며 일리노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6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 민주당 후보 프리츠커는 과반의 득표율을 거두며 40% 미만 득표율에 그친 공화당 소속의 현역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62)에 압승을 거뒀다.
라우너 주지사는 개표 시작 직후 득표율이 20%P 가량 벌어지자 곧 패배를 인정했다.
시카고 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벤처투자가 프리츠커는 오랜 꿈인 공직 진출을 위해 지난 18개월간 선거전에 개인돈 1억7천100만 달러(약 1천920억 원)를 쏟아부었다.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멕 휘트먼이 지난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서 쓴 1억4천400만 달러 기록을 갈아치우며, 뿌린만큼 결실을 거둔 셈이다.
투자사업가 출신 라우너 주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쓴 개인돈은 7천만 달러(약 790억 원)로 결코 적지 않지만 프리츠커의 씀씀이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게다가 당선 열의에 있어서도 프리츠커가 라우너를 앞섰다는 평을 받는다.
ABC방송은 라우너 주지사 부부가 선거 당일 자택 인근 투표소 단 1곳에서 마지막 지지를 당부한 데 반해 프리츠커는 시카고 도심 인근 버스와 전철역 10여 곳을 돌며 캠페인을 벌였다고 전했다.
프리츠커는 일리노이 주하원의장직을 35년째 꿰차고 있는 민주당 실세 마이클 매디건(71)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을 받은 반면 라우너 주지사는 같은 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온 것도 패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프리츠커는 호텔체인 '하얏트'를 비롯 60여 개의 사업체와 부동산을 소유한 유대계 부호 가문의 공동 유산 상속인으로, 2008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캠페인 부위원장을 맡았고 2016 대선에서도 힐러리 캠페인 모금책으로 활약했다.
누나 페니 프리츠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대 '돈줄'로 통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2기 상무장관을 지냈다.
프리츠커는 1998년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든 경험이 있다. 그는 이번 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 크리스 케네디(54)를 이기고 본선거에 진출했다.
프리츠커는 캠페인 과정에서 과거 부패 권력과 결탁하고 흑인 비하 발언을 한 정황이 공개돼 곤혹을 치렀고, 억대 세금사기 의혹을 받았으며, 선거 캠프 직원들로부터 인종차별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동시에 TV·라디오·인터넷을 점령하고 캠페인 광고를 쉼없이 내보냈다.
지난달 발표된 포브스 400대 부호 순위에서 프리츠커는 순자산 32억 달러(약 3조7천억 원)로 251위, 일리노이 주 7위에 올랐다.
취임하게 되면 빌 해슬럼(60) 테네시 주지사를 누르고 미국에서 가장 돈 많은 주지사가 된다. 해슬럼 주지사의 포브스 추정 자산은 18억 달러. 트럼프 대통령(순자산 31억 달러)에 이어 미국 정치인 가운데 두 번째 부자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아성 일리노이 주는 2014년 공화당 소속 라우너를 주지사로 선출했으나 단 4년 만에 푸른 깃발을 다시 꼽게 됐다.
라우너 주지사는 취임 후 주 재정위기 극복을 목표로 예산삭감과 연금개혁 등 과감한 정책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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