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냐, FTA냐"…美·日 통상협상 호칭 놓고 日 정계 설전

입력 2018-11-08 07:00   수정 2018-11-0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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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냐, FTA냐"…美·日 통상협상 호칭 놓고 日 정계 설전
성격 따라 협상대상·범위 달라져…협상과정서 '불씨' 가능성,
아베 "FTA 아니다" 주장 불구, 미국은 'FTA로 인식'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물품무역협정(TAG)이냐, 자유무역협정(FTA)이냐?"
내년초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일본간 통상협상의 성격과 범위를 놓고 일본 정계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정부는 물품무역협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딱 부러지게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양국간 FTA로 해석하는 분위기여서 실제 협상과정에서 불씨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5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가 그동안) 미일간 양자 FTA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계속 말해왔기 때문에 국회답변과 모순되지 않게 하기 위해 TAG라는 말을 만든거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추궁에 "약칭이 필요해 3글자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TAG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농산품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우리의 협상자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TAG라는 호칭은 일본이 새로운 통상협상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9월26일 미일 정상회담 전날 처음 등장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25일 오전에 열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간 각료급협의(FFR)에서 모테기 장관이 다음날 열릴 정상회담에서 교환할 공동성명안(案)에 '미일간 물품무역촉진을 위한 협정(bilateral agreement to promote trade in goods)'이라는표현을 제시했다. 이 단계에서만해도 TAG라는 축약표기는 없었다.
이후 아베 총리가 모테기 장관으로부터 협상경위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3글자로는 뭐라고 하지? 환태평양경제연대협정을 TPP, 각료급회의를 FFR로 부르듯 보통은 3글자로 부르지 않느냐"며 약칭을 물었다고 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협상에서 'Trade Agreement(무역협정)'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뒤에 'on goods(물품)'를 붙이는 안이 논의된 적도 있어 'TAG'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쪽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TAG'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FTA와는 다른 이미지가 정착하게 된다. 과연 총리답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아베 총리가 호칭에 신경을 쓴 건 미일 양자간 포괄적 협상을 의미하는 FTA로 해석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본 농업단체들은 FTA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총리의 방침을 토대로 모테기 장관은 정상회담 당일인 26일 오전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협정의 명칭을 'Trade Agreemnt on Goods'로 하자고 제안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협상이 Goods'로 한정되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 모테기 장관의 제안에 반대했다. 그러자 모테기 장관은 'goods'를 소문자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하고 "대신 일본에서는 TAG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후 정상회담이 시작되고 'Trade Agreement on Goods'로 표현한 공동성명이 정식으로 교환됐다. 일본 정부는 일어 번역판 괄호속에 TAG라는 호칭을 첨가했다. 그러나 주일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동성명 일본어 번역에서 일본 정부와 다르게 번역했다. TAG라는 표현은 없으며 '물품'이라는 표현이 빠진채 '미일무역협정'으로 표현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산케이(産經)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는 TA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양국이 명칭에 민감해 하는 건 '물품무역협정'이냐, '무역협정'이냐에 따라 협상범위와 내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되풀이 답변해온 "FTA와는 다르다"는 설명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일본 외무성은 FTA를 "물품관세와 서비스무역 장벽 등의 삭감·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협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상대상을 물품관세로 한정하면 "FTA는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셈이다. 협상범위가 국내산업보호를 위한 수입억제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으로 확대될 경우 농산품 등에서 받을 양보 압박을 피하자는 계산도 작용했다.

모테기 장관은 8월 FFR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양국간 협상에 나서겠다며 대상을 물품으로 한정하자고 제의했다. 서비스와 투자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TPP나 일·EU경제연대협정(EPA)이 먼저 발효하면 미국제품이 관세면에서 불리하게 된다고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철강, 쇠고기 같은 물품에만 관심이 있을 걸로 본 측면도 있어 8월 단계에서는 물품 관세협상부터 시작한다는데 대체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9월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1단계 협상대상으로 "다른 중요한 분야(서비스를 포함)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전문가들에게서는 "아무리 봐도 FTA"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의회에 보낸 문서에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 문제를 다룬다"고 돼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국회답변에서 "이번 공동성명에 서비스 자유화와 폭넓은 규정까지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포괄적 FTA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간부도 "일본으로서는 물품 이외의 것을 다룰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정부 관계자중에서는 미국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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