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계엄 문건' 합수단 수사결과 실망스럽다

입력 2018-11-07 17:59  

[연합시론] '계엄 문건' 합수단 수사결과 실망스럽다

(서울=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 실행을 염두에 둔 것인지를 확인해온 군·검 합동수사단이 7일 중간수사결과를 내놓았다. 합수단은 핵심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은 참고인중지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기소중지나 참고인중지 처분은 핵심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 파악이나 신병 확보가 안 될 때 신병확보시까지 수사를 잠정 중단하는 것이다. 핵심 피의자이자 핵심 참고인이기도 한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문건의 성격은 전혀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만 기약 없이 중단되는 셈이 됐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 한 혐의를 받는 전 기무사 장교 3명뿐이다. 지난 7월 26일 출범한 민관 합수단이 관련자 소환과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수사 끝에 내놓은 수사 성과치고는 실망스럽다.

넉달여 전인 7월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란 8쪽짜리 문건 공개로 불거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은 계엄령이란 민감한 단어로 인해 우리 사회를 한동안 뒤흔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정중단을 노린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독립 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일각에서는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를 비상사태에 대비한 군의 통상적 업무라며 비호하고 나섰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은 정치·사회적 논란거리로 대두됐다. 그래서 국민들은 사건의 실체가 속 시원히 밝혀지기를 기다렸는데 합수단의 수사결과는 국민의 이런 기대치에 한창 못 미치는 셈이다.

이처럼 초라한 수사결과는 합수단이 조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온 것이다. 수사 초기에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의 자진 귀국을 설득하거나 유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수사기간이 한정적이라 최소한 수개월이 걸리는 신병 강제 확보에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에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 다른 관련자들을 불러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이들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이렇다 할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국민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의 성격과 실체가 하루빨리 규명돼 논란이 해소되길 바란다. 이런 국민의 바람을 실현하려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열쇠라 할 수 있는 조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 조 전 사령관 체포영장 발부가 합수단 출범 이후 두 달이 지난 9월 20일에야 이뤄졌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합수단이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외에도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속히 찾아내길 바란다.

조 전 사령관에게도 조기 귀국을 촉구하고 싶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으로서 평생을 살아온 그이기에 더욱 그렇다. 군문을 떠났다 하더라도 당당한 장수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숨지말고 수사기관에 떳떳한 모습으로 자진출석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면 그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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