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야구 열혈팬 이상(57) 씨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마운드 위에 섰다.
딸 세희 씨가 포수의 위치를 귓속말로 알려주자 이 씨는 마음의 눈으로 포수 미트를 그린 뒤 힘껏 던졌다.
공은 그라운드에 한 번 튀긴 뒤 포수 이재원의 미트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자로 나선 이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KBO는 야구와 특별한 사연을 가진 팬에게 직접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설 기회를 주기 위해 시구 공모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세희 씨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시각장애인인 이 씨는 눈으로 보는 대신 소리로 야구를 즐기는 열혈 팬이다.
평소에는 중계방송으로 야구를 즐기고, 시간이 날 때면 포수 뒤 관중석에서 야구장을 온몸으로 느낀다.
KBO는 이상 씨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뜻깊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일반인 시구자로 그를 발탁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그라운드에 차를 타고 등장한 이 씨는 딸의 안내를 받고 천천히 마운드로 향했다.
걸어가는 동안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이 씨는 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구를 마쳤고, 관중들은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 부녀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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