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유권 둘러싼 갈등 해소 방안도 마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사실상 국교인 정교회가 국가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리스가 정치와 종교의 확실한 구분을 위한 수순에 착수했다.
그리스 정부는 6일(현지시간) 약 1만 명에 달하는 정교회 성직자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금처럼 국가가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 교회 기금을 마련해 여기에서 급여를 집행하기로 정교회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리스 정교회의 지도자인 이에로니모스 대주교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타결지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계획은 사실상 성직자들에게 부여해온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제정분리를 보다 확실히 하는 조치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정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그리스에 2010년부터 지난 8년 간 구제금융을 제공해 온 국제채권단 역시 그리스 정부에 국가재정 관리를 위해 공공부문 직원 수를 감축하고, 자산을 매각할 것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을 접한 성직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 성직자협회의 게오르기오스 셀리스 대표는 온라인 뉴스사이트 프로토 테마에 "현재의 지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대규모의 부동산 소유권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교회가 빚어온 수십 년에 걸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와 교회는 향후 공동 기금을 구성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부동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개발하기로 했다고 치프라스 총리는 덧붙였다.
이날 타결된 합의안은 정부 각료회의와 의회, 그리스 정교회 지도부 협의체의 승인을 거쳐야 발효된다.
한편, 그리스 정부가 현재 성직자들 봉급으로 지급하는 연간 비용은 2억 유로(2천5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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