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예상 방러 내년으로 연기 시사…北 비핵화 협상 '숨고르기' 들어간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크렘린궁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내년에 이 방문(김 위원장의 방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샤코프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11월 중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확인하지 않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언은 올해 안으로 예상돼온 김 위원장의 방러가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샤코프는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김 위원장)의 회담이 올해 일정에 잡혀 있으며 정상회담 준비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면서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 문제가 (양국 외교) 현안에 올라와 있지만 아직 장소나 시기와 관련해 정확한 합의는 없다"면서 "현재 외교 채널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7일에도 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 일정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아직 양국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크렘린궁에서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우샤코프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의 방러가 올해가 아닌 내년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변화는 한동안 급물살을 타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 간 대화가 최근 들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이번 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전격 연기되는 등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 발맞춘 우선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과 핵시설 사찰·검증 우선 수용을 주문한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심 협상 상대인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다른 협상 관련국들과의 접촉 일정도 재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방러는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초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러시아 사절단 대표로 방북했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김 위원장의 방러가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진 뒤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와 중국의 확고한 지원을 약속받고 이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 등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에 기초한 관측이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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