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경쟁으로 하역료 낮고 항만공사도 물량유치 급급해 인센티브 남발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 부산항의 환적화물 비중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 부진 속에 환적 물동량이 꾸준히 늘지만, 실속이 떨어져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터미널 운영사들의 물량유치 경쟁으로 하역료가 낮은 데다 정부와 항만공사도 각종 경비를 감면해주거나 막대한 금액의 인센티브를 주는 등 '퍼주기'식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13일 부산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 부두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천749만5천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664만5천여개)보다 5.1%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수출입화물이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 물동량은 926만7천여개이다. 지난해 대비 9.7%나 늘었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은 822만7천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819만5천여개)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전체 물동량에서 환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53.0%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환적 비중 50.3%와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높아졌다.
신항이 개장한 2004년 부산항의 환적 비중은 36.4%에 불과했으나 2005년(44.0%)에 40%, 2014년(50.5%)에는 50%를 넘어섰다.

11월 이후에도 환적화물이 부산항 전체 물동량 증가를 주도해 환적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환적화물을 많이 처리한다.
문제는 환적 물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실속이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환적화물은 한 선박에서 내린 뒤 다른 선박에 옮겨싣기 때문에 두 번의 하역이 이뤄진다.
제값을 받는다면 비싼 하역료를 챙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 화물로 꼽힌다.
싱가포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부산항은 난립한 터미널 운영사들의 물동량 유치 경쟁 탓에 하역료가 형편없이 낮다.
현재 3만 원대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만~30만 원대를 받는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도 싸다.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주말과 야간 하역물량에 부과하는 할증료도 받지 않는다.
터미널 운영사들이 제값을 못 받다 보니 그 여파는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미친다.
365일 밤낮없이 일해도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항만 노동자들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업종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는다.
정부와 항만공사도 환적 물량 증대를 위해 입출항료 등 각종 항만비용을 면제해주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국제항로를 다니는 선박에 대해 징수할 예정인 항만 보안료도 환적화물은 예외로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연간 300억원가량의 환적화물 인센티브를 선사들에게 지급해 '퍼주기' 내지 '돈주고 환적화물 사온다'라는 지적까지 받는다.
항만업계 일부 관계자는 "부산항이 환적화물에서 얻는 수입이라고는 싼 하역료가 전부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태라면 환적화물을 늘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다를 매립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계속 부두를 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선박이 초대형화한 탓에 환적 물동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기항 선박 수가 비례해서 늘지도 않아 선용품 등 항만 서비스 업계에 미치는 낙수효과도 크지 않다"며 "환적 물동량 증가에만 급급해할 게 아니라 국격에 걸맞은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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