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후 대북일성 '서두를 것 없다'…북미대화 시기 촉각

입력 2018-11-08 11:37   수정 2018-11-08 15:38

트럼프 선거후 대북일성 '서두를 것 없다'…북미대화 시기 촉각
중간선거 후에도 대북 제재 지렛대 삼은 '긴 호흡' 기조 확인
엇갈리는 전문가 예상…"11월엔 가능" vs "협상 실마리 안 보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6 중간선거후 대북(對北) 일성으로 '긴 호흡'의 협상을 천명하면서, 북미대화가 언제 재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핵 협상을) 서두를 것 없다"고 언급했다.
'서두를 것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중간선거라는 미국의 중요 정치일정이 종료되고서 나왔고, 해당 회견에서 모두 7차례나 반복돼 눈길을 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대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우선 북한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빅딜'을 강하게 희망하는 상황에서 참모들이 거론한 '내년초 2차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것은 북미대화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북한을 붙들어 두려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지속 등의 대가로 제재를 완화해 달라는 북측 요구에 '선'을 그으며 대북 지렛대로서 제재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는 북미 대화가 언제 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위급 회담이 당초 개최 예정일(8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이 잡히고 있는 여행들(trips that are being made) 때문"이라며 "(북미)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고 장담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순전히(purely)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라며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결국 기술적인 문제인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았다는 게 미 측의 설명이다.

북측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회담 계기에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전하길 희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성사되기 어렵다는 최종 통보를 듣고서 북측이 일정 연기를 통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북미 간의 '중대 협상'이 발표(6일) 하루만에 전격 연기된 데는 단순 일정조율의 문제라고만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제재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검증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제재가 유지될 것'을 강조하는 등 회담 예정일을 앞두고 북미 간 장외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상호 일정조율의 문제 이면에는 북핵 신고, 사찰 및 검증, 제재완화 등 '의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두 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북한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사찰 허용 등과 같은 조치를 얻어내려 했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은 제재완화와 같은 조치를 미국이 먼저 해주기를 바랐지만, 미국은 그럴 의향이 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결국 회담 연기의 진정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나올 북한의 반응과 함께, 얼마나 조기에 후속 북미대화가 개최되느냐를 보면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조기에 후속 대화가 개최된다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대타결을 향한 2개월가량의 프로세스가 원만한 출발을 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기에 일정이 잡히지 않는다면 미국이 강조하는 북핵 사찰·검증과, 북한이 중시하는 제재 완화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단 미국이 북미대화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양측간 대화의 동력은 살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후속 대화의 조기 개최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예상이 엇갈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달 안에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내년 초 북미정상회담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며 "11월 중, 좀 더 좁히면 11월 20일 전후로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다시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으로서도 북미 협상의 틀을 유지하려면 주기적으로 일정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대략적인 합의나마 도출할 수 있을 정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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