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난민촌서 말레이행 시도…겨울철 밀항 늘어날 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인종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가운데, 일부 난민들이 난민촌 탈출을 위해 위험한 밀항을 시도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해안경비대는 벵골만 세인트 마틴 섬 인근에서 로힝야족 33명을 태운 어선을 적발하고, 이들을 태워준 밀항업자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아예줄 이슬람 몬돌 테크나프 지역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허름한 배에는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거주해온 로힝야족 남성 14명과 여성 10명, 9명의 아이가 타고 있었다"며 "밀항업자 6명도 체포했는데 이들은 모두 방글라데시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체포된 밀항업자 압두스 수쿠르는 "우리는 로힝야족을 태우고 벵골만의 세인트 마틴 섬까지 이동한 뒤 말레이시아로 가는 더 큰 배에 이들을 인계할 예정이었다"며 "영향력 있는 인사가 이런 일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합의한 난민 송환 개시 시점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일부 로힝야족 난민들의 난민촌 이탈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테크나프 해변에서 밀항하려던 로힝야족 난민 14명이 해안경비대에 적발됐다.
쿠투팔롱 난민촌에 머물러온 이들은 밀항을 알선해준다는 동료에게 1인당 120달러씩을 주고 배를 탔으나, 배는 사흘 후 이들을 방글라데시 해변에 내려주고 사라졌다.
방글라데시 정부 관리들은 바다가 잠잠해지는 겨울철을 맞아 밀항을 시도하는 로힝야족 '보트피플'이 다시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과거에도 종종 자신들을 받아주는 말레이시아를 향해 무작정 밀항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런 로힝야족 '보트피플'의 밀항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주로 이뤄진다.
에크나프 시장인 압둘라 모니르는 "바다가 잠잠해지면서 말레이시아로 가려는 난민들이 늘고 있다. 밀항업자들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배를 띄운다"고 말했다.
앞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72만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의 본국 송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군의 '인종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난민 대부분은 미얀마측이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송환에 불응할 태세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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