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15개 기관 과학자들,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한반도 평화 실현에 '열쇠'로 떠오른 가운데 과학자들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기기인 '중성미자 검출기'를 이용하면 북한의 핵폐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서울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영국 리버풀대 등 6개국 15개 기관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9일 이런 주장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기고문 형태로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중성미자 검출기가 기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수단의 단점을 보완한 새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입자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 약한 상호작용을 하므로 관측이 쉽지 않다. 이에 중성미자는 흔히 '유령입자'로도 불린다.
이 입자는 초신성 폭발이나 태양의 핵융합 등 자연에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분열을 일으킬 때도 생성된다.
따라서 북한 영변 원자로 주변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비핵화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폐쇄회로(CC)TV의 도움 없이도 원거리에서 원자로의 가동상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로에서는 1초에 1천만W 출력당 약 2해(2×10의 20승) 개의 중성미자가 생성된다. 생성되는 중성미자의 수가 원자로 열 출력에 비례하므로, 검출된 중성미자 수를 통해 원자로의 열 출력과 가동 여부 등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핵연료로 사용된 동위원소(우라늄-235, 우라늄-238, 플루토늄-239, 플루토늄-241)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의 정체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서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원자로 중성미자 진동실험'(RENO)과 '단거리 중성미자 진동실험'(NEOS)을 하고 있다.
서선희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은 "중성미자 검출기의 설치 위치에 따라 사용할 검출기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만일 접근제한으로 인해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면 국내에서 가동 중인 검출기와 같은 종류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성미자 검출기는 기존 검증 도구와 달리 원거리에서도 핵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물리학 기술이 평화를 위한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이언스는 지난 9월 7일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과학적 아이디어를 모은 바 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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