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그룹에 첫 반응…"남북관계 파탄내려는 美흉심, 南도 눈치볼 게 아냐"
선전매체 개인 필명 글로 '수위 조절'…북미고위급회담 연기엔 침묵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9일 선전매체를 통해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논의할 한미 워킹그룹과 한미해병대연합훈련 재개 등을 잇달아 비난했다.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실무팀 조작놀음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한미 간 워킹그룹을 겨냥해 "북남 협력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한미 워킹그룹을 "북남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대양 건너에서 사사건건 걸고 들며 훈시하다 못해 이제는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규정하며 "북남관계에 미국이 함부로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그 어떤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처럼 북남관계에 빗장을 질러대며 간섭과 전횡을 일삼는다면 대중적인 반미기운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또 "문제는 미국의 오만무례하고 날강도적인 행위에 맹종맹동하여 스스로 예속의 굴레를 더 깊숙이 뒤집어쓰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수치스러운 처사"라며 남측 당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였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북남공동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이제는 아예 '정례훈련'이라는 간판 밑에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강행해대고 있다"며 한미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도 비난했다.
케이맵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연기됐다가 6개월 만에 재개됐다.
매체는 "이는 북남사이의 군사합의서에 배치되고 평화와 번영을 지향해나가고 있는 조선반도정세를 엄중히 위협하는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글에는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없었다.
한미 간 워킹그룹과 해병대연합훈련 재개 관련 발표가 나온 이후 북한 매체의 반응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다만 관영 매체가 아닌 선전매체를 통한 개인 명의의 논평이라는 점에서 형식 면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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