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호주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무역협정 체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호주 재무장관은 이달 중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인도네시아-호주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A-CEPA)에 서명할 예정이다.
서명식은 오는 14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런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주이스라엘 호주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여부와 관련한 양국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모리슨 총리는 지난달 16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동 평화에 반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 SBS 방송은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네시아가 주이스라엘 호주 대사관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확약 없이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설령 별다른 이변 없이 서명이 이뤄진다고 해도 IA-CEPA 발효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내년 4월 총·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 하원이 호주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해 협정 비준을 반대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 일각에선 모리슨 총리가 지난달 20일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유대인 표를 확보하려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는 국경을 맞댄 이웃인 인도네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해 왔다.
호주는 IA-CEPA가 발효되면 연간 164억 호주 달러(약 13조3천억원) 수준인 양국 간 무역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