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작가 "시진핑의 '중국몽', 개인의 자유 무너뜨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개방과 포용을 앞세운 인터넷 대회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고, '미운털'이 박힌 외국 기자의 입경을 불허하는 등 중국의 언론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중국 저장(浙江) 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제5회 세계 인터넷 대회는 사이버 공간의 개방과 포용 촉진을 대회 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특히 전날 개최된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 토론회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양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하는 자리여서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당초 공개 행사로 예정됐던 이 토론회는 시작 직전 갑작스레 비공개로 바뀌었고, 주최 측은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며 현장에 있던 기자와 외교관 등을 모두 내쫓았다.
이날 개최된 다른 두 개의 토론회는 각각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공간의 규범'을 주제로 했는데, 이 두 토론회도 시작 직전 갑작스레 비공개로 바뀌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도착하고 나서야 비공개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관심이 쏠렸던 토론회라서 많은 사람이 현장에 모였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비공개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서 상대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던 홍콩에서도 최근 언론통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홍콩 외신기자협회 부회장으로서 지난 8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야당 지도자 초청 강연회를 주관해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파이낸셜타임스의 빅터 맬릿 기자는 전날 홍콩으로 들어오려다가 이를 거부당했다.
지난달 취업비자 연장을 거부당했던 맬릿 기자는 외신기자협회 이사회 참석을 위해 홍콩을 잠시 방문하려고 했지만, 당국은 4시간의 심문 끝에 그의 입경을 아예 거부했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여온 작가의 강연회 개최가 방해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기상천외한 블랙 유머와 냉철한 역사적 안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 마젠(馬建)은 10일 홍콩 도심의 유명 예술회관인 '대관(大館)'에서 강연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회관 측은 전날 갑작스레 장소 대여를 취소했다.
홍콩 마사회가 소유한 이 예술회관은 그 이유에 대해 "대관은 개인의 정치 이익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젠은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꾼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풍자한 작품 '중국몽'을 최근 발표했다.
장소 대여가 취소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마젠은 "중국몽이라는 제국의 꿈은 개인의 자유와 이상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시진핑은 영원한 주석이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한 개헌을 통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가능해진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