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챔피언십 1R 5언더파…시차 적응 못한 이정은, 3오버파 부진
(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내년이 더 기대가 크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최혜용(28)은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땄고 2008년 KLPGA투어 신인왕에 올라 앞날이 창창해 보이던 최혜용은 그러나 지난 10년은 잊고 싶은 세월이었다.
우승은 커녕 시드조차 지키지 못해 2부투어와 시드전을 전전했다.
잃어버린 10년의 빌미는 9홀 연장전 패배와 최종일 8타차 역전패였다. 2009년 최혜용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연장 9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동갑내기 친구 유소연(28)에 졌다. 한 달이 지나서 S-오일 챔피언십에서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8타 차로 뒤처져 있던 유소연에게 역전패했다.
최혜용은 지난달 28일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 3타차 선두로 나섰다가 4타 뒤진 채 출발한 박결(22)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아픈 역전패를 당하고도 "아쉽지만 희망이 생겼다"던 최혜용이 또 한 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채비를 갖췄다.
9일 경기도 여주 페럼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최혜용은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5개를 뽑아낼 만큼 깔끔한 경기였다.
최혜용은 "날씨가 궂었지만 샷 감각이 워낙 좋아서 날씨가 나쁜 걸 느끼지 못했다"면서 "어려운 코스라고 하는데 하나도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에서 역전패를 당한 선수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자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역전패를 당한 뒤 일주일 동안 연습보다는 푹 쉬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도 봤다"는 최혜용은 "싹 다 털어버리고 대회에 나왔더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7위 상금 2천만원을 받아 상금랭킹을 57위로 끌어올리며 시드 상실 위기에서 벗어난 최혜용은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달린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지난 대회 때부터 언제라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최혜용은 이번 대회 우승 욕심은 접어놓겠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상금랭킹 70위 이내에 들어야 나올 수 있는) 이 대회에 나온 것만도 반갑고,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나온 것도 아니다"라는 최혜용은 "우승은 하늘이 내려 주는 것이라 내가 할 일만 하겠다"고 밝혔다.
최혜용은 "뭘 모르고 쳤던 지난날과 달리 샷이나 마음가짐이 다 달라졌다"면서 "내년이 더 기대가 크다. 이번 겨울 미국 전지훈련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해야 내년 시드를 지킬 수 있는 상금랭킹 61위 김초희(26)가 4언더파 68타를 쳐 1타차 공동 2위에 올랐다.
김초희는 버디 6개를 뽑아내고 보기 2개를 곁들였다.
롯데 후원을 받는 김지현(26)은 보기 없이 4타를 줄였다.
상금랭킹 00위 김보경(32)도 3언더파 69타를 쳐 시드 확보에 녹색 신호등을 켰다.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눈앞에 둔 이정은(22)은 버디 하나를 잡아내지 못하고 보기만 3개를 적어냈다.
LPGA투어 Q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하고 미국에서 지난 6일 귀국한 이정은은 이날 새벽에 잠을 깼다가 다시 잠드는 등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회 우승이면 상금왕을 차지할 수 있는 배선우(24)는 1언더파 71타로 공동 13위에 올라 희망을 살렸다.
대상 경쟁을 벌이는 최혜진(19)과 오지현(22)은 각각 1오버파 73타, 2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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