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오는 24일 대만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통일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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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유시보는 마 전 총통이 지난 7일 마잉주재단이 대만대학교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수용을 주장하며 "통일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번 정책세미나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당시 마잉주 대만 총통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당시 정상회담은 1949년 12월 장제스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이후 중국과 대만 지도자가 처음으로 연 것이다.
마 전 총통은 2007년 '불독립·불통일·무력불사용'이 골자인 '3불(不)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마 전 총통은 이번 정책세미나에서 불독립 및 무력불사용 원칙을 고수했지만 불통일은 통일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말로 바꿔 언급한 것이다.
오는 24일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마 전 총통의 예기치 못한 발언으로 당혹스러운 국민당은 이번 선거는 총통 선거가 아닌 경제와 민생에 중점을 두는 지방선거라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반대로 야오원즈(姚文智) 민진당 타이베이(台北) 시장 후보는 "이러한 발언은 중국의 덫에 걸린 꼴"이라고 언급하는 등 민진당 후보들은 대만 국민이 마 전 총통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인 커원저(柯文哲) 현 타이베이 시장은 "시장 후보들은 총통 선거에 어울리는 문제에 답할 필요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8일 가오슝(高雄) 쭤잉(左營) 해군기지에서 열린 페리급 해군 군함 취역식에서 자신의 3불 원칙을 제시하며 마 전 총통의 발언에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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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은 자신의 3불 원칙으로 '대만 수호의 사명을 잊지 않는다', '지역의 안정과 평화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라 밖에서 오는 위협을 잊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자유시보는 이는 표면적으로는 국군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마 전 총통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만의 중국담당 부처인 대만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변인은 8일 브리핑을 통해 대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은 국민에 있으며 이를 정치적 카드로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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